코스피를 조정 국면에 빠뜨린 대외발 3대 악재(중국 긴축·미국 은행규제·PIGS 사태)가 오히려 한해 증시흐름에 약이 될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연초 증시에 악재를 충분히 반영하고 체력을 다지면서, 하반기 튼튼한 상승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16일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거래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외 악재로 코스피가 단기(3개월)적으로 1500∼1650선의 박스권 장세를 이어가겠지만 향후 6개월 전후로 1850선까지 오를 것”이라며 “글로벌 악재와 국내 경제지표 둔화에 따른 우려가 크지만 증시가 안정된 펀더멘털을 반영하면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중국의 긴축정책(지준율인상·대출금리 인상)은 악재라기 보다 경기 정상화를 반영하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오현석 팀장은 “과거에도 긴축 초기 주가와 금리는 동반상승하는 패턴을 보였다”며 “시장의 생각보다 긴축 속도가 빠른 게 아니라면 중국 정부의 긴축은 경기 안정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미국도 은행 규제 카드를 꺼내며 긴축 신호를 보냈지만 고용 시장이 살아나기 전까지는 출구전략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며 “2011년이 돼서야 본격적인 금리 인상을 준비할 것”으로 예측했다.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문제는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태 초기 신속하고 공격적인 대응이 나온다면 국내 증시가 빠르게 반등할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지표 둔화에 대한 우려는 해석을 달리할 것을 주문했다. 오 팀장은 “지난해 경제 지표가 과속됐다는 것을 감안하고 접근해야 한다”며 “전년 동기 지표의 의미가 크게 없어 이제는 전분기 대비 지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각종 지표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친 2008년과 비교해 크게 상승한 바 있다. 따라서 같은 기준으로 올해의 경기 수준을 전년 동기와 지표를 활용해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중립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외국인도 매수 전략으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아 이익 모멘텀이 기대되고, 미국·유럽의 잇따른 위기 사태로 코스피가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오현석 팀장은 투자 포인트로 향후 단기 조정을 고려해 소수 종목 트레이딩 전략을 권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승자로 등극한 IT·자동차업종(삼성전자·현대차·LG디스플레이 등)과 함께 업황이 바닥을 친 뒤 반등을 모색 중인 항공·해운업종(대한항공·한진해운), 실제 수익성을 동반한 원자력·3D·애플 테마 등을 추천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