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명의 미래
내가 생물학적으로 죽은 후에도 나의 아바타가 영원 불멸의 삶을 살게 된다. 법정에서 증인들이 사라진다. 집에서도 건강을 수시로 진단한다.
이 같은 미래는 사람들이 모든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모든 것을 디지털 형태로 보관하고 저장해 ‘완전한 기억’이 실현될 경우 꿈꿀 수 있는 모습이다.
MP3플레이어에서 디지털카메라, 스마트폰, 넷북, 태블릿PC 등 새로운 디지털 기기가 속속 등장하는 상황이 우리가 만나게 될 이런 미래를 암시하는 명백한 증거다. 수많은 디지털 기기로 삶의 모든 것이 기록되면서 망각이 사라지고 기억이 완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 완전한 기억이 삶의 질을 높이고 또 다른 비지니스 기회가 될 수 있다.
자칫 허황된 이야기로 들릴 수 있는 이 예측의 주체는 다름 아닌 마이크로소프트(MS)다.
이 책엔 MS에서 지난 10년간 진행해온 완전한 기억 프로젝트 ‘마이라이프비츠(MyLifeBits)’의 연구 성과가 담겼다. MS의 수석과학자인 저자들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일생을 전자기억장치에 담아 언제든 꺼내볼 수 있게 만든다’는 모토로 직접 인생 전체를 디지털화하기 시작했다. 편지, 메모, 수표, 영수증, 법적 자료, 영화 티켓, 명함, 연하장, 일정표, 논문 등 자료들을 빠짐없이 스캔하고 디카로 찍어 파일을 만들고 나중에 찾을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분류했다.
그들에게는 더 이상 건망증이 있을 수 없었다. 과거 연구자료, 과거 인맥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연구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완전한 기억이 실현될 경우 가상 인격, 즉 아바타가 생겨나 디지털 불면성을 획득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또 기록을 위해 몸속에 이식한 센서가 전자간호사가 돼 건강관리를 해줄 수도 있고, 모든 것이 저장되다 보니 법정에서 위증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된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지우고 싶은 나쁜 기억들, 사생활 침해, 정보 보호 등 여전히 골치 아픈 문제가 여럿 남아있다. 고든 벨·짐 겜멜 지음, 청림출판 펴냄, 1만5000원.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