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생각한다
형태근·하원규·최남희 지음. 전자신문사 펴냄.
기원전 7세기 유럽에서 아프리카 북부를 잇는 대제국을 건설한 고대 로마제국. 그들은 광대한 제국을 통치하기 위해 8만㎞ 이상에 달하는 장대한 세계 최초의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12세기 세계를 지배한 칭기즈칸은 ‘역참제’라는 글로벌 정보망을 구축해 거대 제국을 통제했다. 19세기 말 전 세계의 4분의 1을 식민지로 장악했던 대영제국은 강력한 해군력과 함께 5대양 6대주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영연방 해저 케이블을 건설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컴퓨터의 등장과 더불어 IT 고속도로를 선점함으로써 팍스아메리카나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역사 속 국가들의 흥망성쇠는 ‘네트워크를 지배한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공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IT혁명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파고로 지난 십수년간 인류의 사회·경제·문화 환경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정보의 공유·참여·개방으로 상징되는 웹2.0으로 진화하면서는 지구촌 전역의 지형도도 또다시 바뀔 조짐이다. 변화는 현재진행형이고, 그 속도는 한층 빠르며 예측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오랫동안 IT 정책 연구와 입안을 주도했던 저자들은 웹2.0에 이은 미래 네트워크 시대가 어떤 모습일지 폭넓게 조망해본다. 또한 미국·일본·유럽·중국의 공격적인 네트워크 전략 앞에서 우리나라가 IT강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지 다각적인 대안을 모색해본다. 저자들이 던지는 미래 네트워크 시대의 키워드는 바로 ‘지능형 사물통신망’이다. 사물통신망이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서로 소통하는 것을 뜻한다. 저자들은 앞으로 우리가 추진해야 할 국가 전략을 ‘만물지능통신 기반구축’이라고 역설한다. 지금처럼 불완전한 유비쿼터스 상태가 아닌,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에서나 콘텐츠의 제약 없이 사람·사물·환경이 초고속 인터넷으로 동기화되는 환경이 만물지능통신이다. 이 책은 정보통신망의 과거·현재·미래를 속속들이 파헤친 종합 해설서이자, 21세기 네트워크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국가 전략서다. 장장 520여쪽에 걸쳐 지난 10여년간 축적한 필자들의 경험과 날카로운 혜안들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2만80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