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다. 조용하고 신중한 나 같은 사람보다 자기 어필에만 힘쓰는 시건방진 동료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조직을 움직이는 건 소리 없이 성실한 나 같은 사람인데 선수 쳐서 기회를 잡는 건 시건방진 몇몇이다. 문제는 이들의 기세에 기죽고 가위 눌려 목소리를 못 내는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절망감이다. 그들의 콧대 높은 자만 앞에서 당당하고 의연해지고 싶다.
당당하고 의연해지면 된다. 내 마음먹기 나름이다. 남이 나를 평가하는 것보다 내가 나를 평가하는 게 더 결정적이다. 물론 남이 나를 좋게 봐주기를 바라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존감이 튼튼하면 나는 그대로다. 남보다 존귀하다고 여기는 자존심은 어깨에 힘을 준 누군가를 만날 때 뭉개지기도 한다. 남보다 잘한다고 여기는 자신감도 딱지 뒤집듯 어느 순간에는 패배감이 된다. 남을 기준으로 한 자존심과 자신감은 개나 줘 버려라. 그보다 단단하고 든든한 건 자기 존재 자체를 감사하고 인정하는 자존감이다. 자신감이 높은 사람은 들썩이지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잔잔하다. 자존감이 건강하면 남만큼 나를 끌어올리지만 자존감이 투병 중이면 나만큼 남을 끌어내린다.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시샘하고, 노력하기보다는 한탄한다. 상사들은 날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고, 선배들은 불의를 방관하고, 동기들은 죄다 이기적이고, 내가 성공하지 못한 건 다 주변 탓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의해 속절없이 빠져든 ‘자괴감과 절망감’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보다 더 큰 적이다. 외부에 있는 것이 우리를 절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는 것이 우리를 절망하게 한다. 외부에서 나를 허허롭게 하거든 내면을 따뜻하게 하는 내적 난로를 켜자. 자존감이라는 성능 좋은 난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