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기술 발전과 대회 규정

 과학기술의 발전은 스포츠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골프공처럼 표면에 아주 작은 홈이 패어 있어 공기역학적으로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갈 수 있는 2010 월드컵의 공인구 자블라니가 그 사례다. 물의 저항을 줄여주고 부력을 더해주는 전신 수영복도 마찬가지다.

 골프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미 몇 년 전에 미국 골프협회는 드라이버의 반발계수가 0.83이 넘지 못하도록 규제를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5번 아이언보다 짧은 아이언과 웨지의 표면에 파인 홈의 각도와 모양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1990년 이전에 만들어진 아이언의 중고 가격이 몇 배로 치솟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1990년 이전에 만들어진 아이언은 이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런 모든 것들은 프로 선수 혹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나 통하는 일이다. 보통 스포츠 애호가들은 과학기술의 혜택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것이 옳다. 골프클럽 제조업체가 “우리 드라이버는 골프협회 규칙상 공식대회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거리만큼은 엄청나게 나갑니다”라고 광고한다면 주말 골퍼들은 이 드라이버를 사려고 줄을 설 것이 틀림없다. 골프공도 마찬가지다. “우리 볼은 비공인입니다. 거리가 너무 많이 나가기 때문입니다”라고 광고를 한다고 해보자. 시장 점유율을 서너 배는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골프 룰도 대회에 적용되는 대회 룰과 주말 골퍼를 위한 취미 룰 두 가지로 나눌 시기가 왔다. 벙커 정리가 안 되어 발자국이 가득한 곳에서 플레이를 하는 주말 골퍼에게 캐디들이 벙커를 언제나 깨끗하게 정리해두는 프로들처럼 벙커 속에서는 발자국에 들어가든 말든 손도 대지 말고 볼을 치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포어 캐디도 없는 골프코스에서 러프에 박힌 볼을 5분 내에 찾지 못하면 분실구로 처리하고 2벌타를 받으라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 2010년부터는 주말 골퍼들이 미국골프협회와 영국 왕립골프클럽에 아마추어를 위한 룰을 별도로 만들자는 요구를 시작해보자.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