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세상]‘세브리깡’ 연재를 끝마친 만화가 강도하

[만화로 보는 세상]‘세브리깡’ 연재를 끝마친 만화가 강도하

 ‘위대한 캣츠비’. 2005년 포털 사이트 다음의 만화속세상이라는 코너를 통해 연재되었던 이 작품은 웹툰의 고정 틀로 자리 잡은 세로 스크롤을 충분히 활용한 연출부터, 세밀한 작화, 충격적인 반전을 담은 내용 등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18년차 만화가였던 강성수를 ‘강도하’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강도하는 이후 ‘로맨스 킬러’ ‘큐브릭’에 이르는 ‘청춘 3부작’을 그리면서 위대한 캣츠비부터 이어져온 호평을 더 크게 받는 동시에 ‘작품이 난해한 작가’로 알려지게 됐다. 이런 논란 속에 청춘 3부작을 끝마치고 처음으로 발표한 작품이 바로 ‘세브리깡’이다. ‘청춘 3부작’ 이후 첫 작품인 만큼 여러 변화가 있을 법한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만화가 강도하에게 직접 들어봤다.

 “전작들이 소재에 비해 무겁게 보였다는 판단에 조금은 편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 구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위대한 캣츠비를 비롯한 청춘 3부작을 마친 후 독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작품의 모습을 그 역시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여파였을까. ‘세브리깡’은 전작들에서 자주 보였던 후반에 몰아치는 ‘감정의 극단’이 매우 옅어져 있다.

 “전작들과는 다르게 후반에 ‘한 방’을 넣기 보다는 시트콤처럼 일정한 재미를 추구하는 동시에 작품의 큰 틀은 놓치지 않는 구성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그렇다면 작품의 내용 구상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을까.

 “필요함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강도하는 로맨스 킬러를 그리면서부터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위대한 캣츠비까지는 개인의 힘으로 감당할 수 있었지만 이후부터는 다뤄야 할 영역들이 너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로맨스와 관련한 인터뷰를 할 때마다 이성을 좋아하기 전에 느끼는 ‘필요함’이라는 정서가 눈에 띄었다고. 사실 로맨스 물에서 “니가 필요해”라는 말은 꽤 자주 보이는 말 중 하나다. 하지만 이 필요하다는 감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쉽지 않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편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 구성과 맞부딪칠 수도 있는 부분이긴 해요. 하지만 제게 나란히 다가온 두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번 세브리깡을 지켜보며 가장 눈에 띄었던 부분은 연재를 하던 중간에 작가 스스로 댓글을 통해 반전이 없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청춘 3부작을 끝내며 반전 작가, 눈에 보이는 진행을 믿으면 안 된다는 등의 말로 제가 규정지어지는 모습을 보며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작가는 이런 상황을 스스로 흐트러트릴 줄 알아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분명 그의 전작인 청춘 3부작의 경우 이런 면이 강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일부 사람들은 세브리깡이라는 새 작품에까지 캐릭터의 이름과 대사, 상황에 모두 숨겨진 의미가 있을 거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한 작품에 마땅히 나올 수 있는 여러 생각들을 묻어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작가의 이 댓글은 원치 않게 또 다른 논란을 낳기도 했다.

 “원래 제가 댓글을 진지하게 달지 않는 편이다보니 반전이 없다고 밝힌 글에마저 의심을 품고 무슨 속뜻이 있을 거라는 반응이 있더라고요.”

 청춘 3부작에 독자들이 너무 익숙해진 탓이었을까. 하지만 결국 그는 자신이 이야기한 약속을 지키며 반전 없는 결말로 작품을 끝냈다. 작품을 마친 후 팬 카페에 신작 구상을 밝히며 ‘발광하는 현대사(가제)’와 ‘연애괴물대백과(가제)’를 발표한 만화가 강도하.

 “물론 다음에 그리는 작품들이 이 작품이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구상을 하다가 무언가 새로운 것이 떠오르면 그 작품을 그리게 될 수도 있죠.”

 어찌 들으면 무계획적으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 첫 번째”라고 말한다. 한 작품을 이제 막 끝낸 만큼 다음 작품을 구상할 시간은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만화가 강도하가 말하고픈 새로운 이야기가 어떤 것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양세종 만화칼럼니스트 ysjsizz@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