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전략산업을 기획하고 평가하는 지역전략산업기획단의 축소 개편을 놓고 대구시와 지식경제부의 기 싸움이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국 13개 지역전략산업기획단 개편 작업은 지식경제부가 지난해 초부터 추진해 온 것으로, 현재 7∼8개 기획단이 지경부의 권고에 따라 정관 개정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경부는 기획단의 핵심기능인 기획과 평가를 따로 분리해 기획 업무는 정책기획단으로 테크노파크(TP)에 남기고, 평가 업무는 평가단이라는 별도의 조직으로 독립시킨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달 안에 기획단 통폐합 작업을 마무리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는 지난 9일 열린 대구테크노파크(TP) 이사회(의장 김범일 대구시장·노동일 경북대 총장)에서 기획단 개편을 위한 정관 개정에 대해 ‘심의보류’를 결정함으로써 지경부의 권고에 정면 도전했다. 지역전략산업과 광역산업을 육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기획과 평가를 분리하는 기획단 축소 및 개편 작업은 지엽적인 문제며 현재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 심의보류 결정의 이유다.
이 같은 대구TP 이사회의 결정에 지경부는 즉각적인 맞대응에 나섰다. 최근 대구TP 이사회가 선임한 이종섭 모바일융합센터장의 원장 승인을 미루는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이사회는 기획단 개편에 대해 심의보류 결정을 내린 지난 9일 원장을 선임하고 지경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당초 일정대로 라면 지난 16일 지경부 장관으로부터 원장 승인이 떨어져야 하지만 감감무소식인 상태다. 당장 오는 24일로 예정된 신임 원장 취임식도 미뤄야 할 판이다.
이는 지경부가 기획단 축소 개편에 반대하는 대구테크노파크에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기획단 개편을 위한 정관 개정을 이사회가 통과시키지 않으면 원장 승인도 그만큼 늦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대구테크노파크는 그러나 원장이 공석인 상태로 지속된다면 테크노파크의 여러 사업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예상되기 때문에 난처한 입장이다. 특히 타 지역 테크노파크는 상당수가 이미 이사회에서 정관 개정을 위한 심의를 마친 상태여서 자칫 미운 오리 새끼가 될 공산도 크다. 아울러 향후 지경부와 껄끄러운 사이 때문에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 업계 관계자는 “원장이 빨리 취임하고 조직을 정비해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인데 지경부와 대구시가 양보 없는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원장 승인과 기획안 개편은 다른 문제인 만큼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