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나노기술 전시회 및 콘퍼런스인 ‘나노테크2010’이 열리는 일본 도쿄의 빅사이트 전시장.
일본의 경제불황을 반영하듯 히타치·NEC·도시바 등 대형 전자기업들이 올해 전시회에 불참했지만 미쓰비시·후지필름·도레이 등 화학, 소재 전문기업들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상용화 제품을 선보이거나 상용화에 근접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곧 다가올 나노 혁명을 예고했다.
◇실생활에 스며든 나노기술=독일관에 위치한 세계 최대 탄소나노튜브(CNT) 생산업체인 바이엘은 올해 연간 CNT 생산능력을 지난해보다 30% 늘린 260m톤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CNT 제조업체들의 생산량 증가로 인해 최근 1년 동안 CNT 가격은 50% 가까이 하락했다. 정찬영 미래나노 사장은 “가격적으로 CNT가 아직 탄소섬유에 비해 비싸지만 함유량은 훨씬 낮추고도 더 좋은 성능을 낼 수 있어 상용화의 진전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쓰비시는 자사 부스에서 플로렌(C60)을 첨부, 자외선 차단 및 황산화 기능을 갖춰 시장에 판매 중인 타사의 화장품을 전시했다. 일본에서는 이 같은 기능성화장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의 나노소재업체인 SNT는 나노돌기나 나노코팅을 통해 방수기능을 강화한 천·나무·사진·유리 등을 출품했다. 나노코팅이 된 유리는 물때와 미세먼지가 뭍지않아 청소할 필요가 없다. 군제는 나노기술을 이용해 방열기능을 높인 옷감을 이미 판매 중이다.
◇신기술도 속속 선봬=미쓰비시는 기존 태양전지에서 활용하지 못했던 자외선 대역의 파장을 바꿔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태양전지용 형광물질을 선보였다. 후지필름은 LED의 광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확산필름과 소재를 출품했다. 후지필름 측은 “이 소재를 적용하면 LED 광량을 20∼3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터치센서로 활용되는 CNT 투명전극 분야는 도레이, 후지필름 등 대부분의 필름업체들이 상용 제품을 전시했다. 군제는 52인치 화면까지 가능한 대형 터치센서를 출시하고 관람객들이 시연해볼 수 있도록 부스를 구성했다. 나노기술 확보전도 치열하다. 일본의 미쓰비시와 혼조는 나노텍파트너스라는 나노 투자펀드를 결성하고 활발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미쓰비시는 이를 통해 최근 5개 나노기업을 M&A하거나 지분을 투자해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다.
◇국내 기업들도 결실=한국관에 참가한 나노미래와 석경에이티 등 국내 기업들도 고객과의 미팅을 갖고 자사의 나노 기술을 소개했다. 나노미래(대표 정찬영)는 지난해 탄소나노튜브 복합소재를 활용한 정전기 방지용 트레이를 개발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석경에이티(대표 임형섭)는 나노 기술을 이용해 토너의 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세계적인 토너 기업들과 협상 중이다. 대진공업(대표 정춘균·이상훈)은 CNT를 코팅해 방열성능을 크게 개선한 방열판 및 LCD TV용 섀시를 전시했다. 임형섭 석경에이티 사장은 “오랜기간 동안 해온 R&D의 결과물들이 올해부터 가시화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실력도 이제는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일본)=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