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산업의 부진으로 최근 2년 여간 고전을 면치못했던 인쇄회로기판(PCB) 장비 및 약품 업체들이 올해 PCB 업체들의 본격 투자 재개에 힘입어 턴어라운드의 호기를 맞았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LG이노텍·대덕전자 등 국내 주요 대형 PCB 업체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축소했던 설비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관련 장비 및 원자재 업체도 수혜가 기대된다.
LG이노텍은 올 초 구미공장 반도체용 PCB 라인 구축에 95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삼성전기와 대덕전자 역시 이에 버금가는 투자를 검토 중이다. 삼성전기는 아직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전년대비 두자릿수 이상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 우선 지난해 인수한 중국 유니캡의 생산라인을 활용하기 위해선 올해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삼성전기가 올해 부산을 중심으로 고부가 PCB 사업 재편에 나설 전망이어서 추가적인 투자가 단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기 측은 올해 중국 쿤산법인인 유니캡의 본격 가동과 최근 수요가 증가하는 고부가 반도체용 기판 라인 증설을 통해 지난해 대비 두자릿수 가량 증가한 PCB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2년간 어려움을 겪었던 PCB 설비와 원자재 사업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PCB 설비업체의 경우 지난 2008년 제조업체의 발주 감소로 최대 40%의 매출 감소를 겪었다. 지난해에도 PCB 업체의 투자 보류와 취소 등으로 경영난이 가중됐다. 하지만 올해 제조업체들이 증설, 보완, 자동화 등 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전년대비 20% 가량 성장을 기대했다. 한국전자인쇄회로협회는 올해 전자회로기판 원자재산업은 전년 대비 약 10% 정도 성장한 1조원, 설비산업은 약 3000억원 정도의 생산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미 가시화했다. PCB 검사장비를 공급해온 고영테크놀로지는 지난해 3분기까지 적자와 매출 감소에 시달렸지만 4분기부터 회복세를 타자 올해 큰 폭의 성장을 예상했다.
황인준 고영테크놀로지 이사는 “지난해 말부터 점차 수주가 쌓이며 4분기에는 분기 최대 매출 실적인 104억원을 기록했다”며 “올해 전체적으로 시장 성장과 신제품 개발에 힘입어 두 배 이상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관련 약품 및 원재료 업체들도 그간 부진을 털고 도약을 준비했다. PCB 업체들이 올해 매출 계획을 늘려 잡으면서 관련 수요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PCB 약품과 장비를 공급하는 케이피엠테크의 채병현 부사장은 “지난해엔 전반적인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 수요 회복으로 이 분야에서 20% 가량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