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통신장비기업들의 인수합병(M&A) 과정에 기존 고객에 대한 배려가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잇딴 통신장비기업 간 인수합병이 진행되면서 해당 제품을 구입한 고객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
사후 관리나 향후 제품 업그레이드 등에 대한 불안감이 크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기업의 노력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후관리 주체 ‘모호’=우선 인수합병이 진행된 뒤에는 사후관리 주체가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있다. 최근 여러 회사로 분리 매각되고 있는 노텔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노텔의 국내 영업은 LG-노텔이라는 합작사를 통해 국내 사업을 진행했던 특성했기 때문에 합작 파트너가 바뀌게 되면 사실상 국내 고객을 지원할 창구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각 부문별 인수회사가 사후관리 등에 대한 정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LG-노텔이 기존에 제공하던 단일화된 지원 체계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 동안은 장애가 발생할 경우 LG-노텔 한 곳에만 연락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각 제품군에 따라 인수한 회사로 연락을 취해야 한다. 특히 어떤 장비에서 장애가 났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 동시에 각 사업부를 인수한 회사를 동시에 호출해야 한다.
또 인수한 회사의 정책에 따라 협력사(파트너)가 바뀔 경우 문제는 더 크다. 협력사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국내 특성상 벤더가 협력사를 변경하면 이전 협력사에서 제품을 구매한 기업에 대한 지원은 더 열악해질 수 밖에 없다.
◇궁금해도 참아라=각종 지원 정책에 대한 발표가 늦어지는 것도 문제다. 통상 인수합병이 완료 시점까지는 발표 이후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 고객은 인수·피인수 업체 어느 곳에서도 명확한 대책을 들을 수 없다.
실제 최근 쓰리콤 인수를 발표한 HP도 기존 제품에 향후 제품 로드맵과 지원 정책에 대한 언급이 없다. 피인수되는 쓰리콤에 이를 요구하기는 더 힘들다.
◇5년 뒤 고장나면 버려라=기존 제품에 대한 지원 기간도 문제다. 보통 인수합병을 진행한 장비업체는 기존 판매 장비에 대한 보증 기간을 명시한다. 통상 5년 전후다. 하지만 고객들은 해당 제품에 특별한 문제가 없거나 추가 투자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보증 기간 이후에도 해당 제품을 사용한다. 보증기간이 지난 뒤 장비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지는 셈이다.
최근 인수합병을 완료한 업체의 지사장은 “대부분 사후관리 문제는 100%는 아니지만 대부분 해결된다”며 “하지만 사전에 고객의 불편이나 불안감을 해소를 위한 노력이나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한 적절한 보상 등 고객을 배려하는 정책에는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