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대형 보험사를 시작으로 중소형 보험사까지 대부분의 보험회사들이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했거나 구축 중이다. 푸르덴셜생명 한국법인(이하 푸르덴셜생명)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 보면 여느 보험사와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무엇보다 차세대시스템 구축 기간이 다른 회사보다 2배 이상 길다. 그렇다고 단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아니다. 빅뱅방식이었다. 왜 푸르덴셜생명의 차세대 프로젝트는 다른 금융회사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됐을까. 이에 대해 푸르덴셜생명 최고정보책임자(CIO)인 김용태 부사장은 푸르덴셜생명의 차세대시스템은 여느 금융사 차세대시스템과 다르다고 강하게 말한다.
“푸르덴셜생명의 차세대시스템은 한국 법인만을 위한 시스템이 아닙니다. 향후 미국 본사는 물론 전 세계 해외법인에서도 적용될 시스템입니다.”
푸르덴셜생명이 차세대시스템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이다. 당시 푸르덴셜생명의 핵심업무시스템인 계약관리시스템은 외산 패키지 솔루션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1989년에 처음 가동한 것이다. 글로벌 보험사 중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유명한 회사이지만 시스템이 워낙 노후화되다 보니 국내 시장에서는 급변하는 보험산업에 제대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푸르덴셜생명은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하고 계약관리 패키지 솔루션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때 푸르덴셜생명 미국 본사에서 한 가지 이슈가 생겼다. 미국 본사에서는 해외 법인들이 많아짐에 따라 관리가 점점 힘들어지는 점을 고민스러워 했다. 각 국의 법인들이 서로 다른 정보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본사는 세계 각국에 있는 해외법인의 정보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단일화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표준화된 시스템이 필요했다. 결국 본사의 방침과 한국법인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추진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한국법인의 차세대 프로젝트를 글로벌로 확산하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물론 한국의 IT파워나 역량이 믿음직했다는 점도 이런 의사결정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
김 부사장은 “한국법인의 보험 매출이나 시장은 일본이나 그외 금융선진국에 비해 규모가 많이 작지만 IT만은 그 어떤 나라보다 우수하다고 인정 받고 있다”면서 “단순히 차세대시스템 구축 시기가 맞았던 것보다 본사가 한국의 IT실력을 믿었기에 한국법인이 미국 본사를 포함한 전 세계 해외법인에 적용하는 패키지 솔루션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고 강조했다.
미국 본사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푸르덴셜생명은 2005년부터 캐나다의 솔콥(현 HP)과 공동으로 계약관리 패키지 솔루션 개발을 시작했다. 초기 2년은 캐나다 현지에서 솔콥이 프레임워크와 엔진을 개발하고 이후 이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와 규칙기반 기술을 적용해 국내 환경에 맞는 업무 모델을 개발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패키지 솔루션은 실제 적용을 위해 테스트만도 1년이 넘게 진행됐다.
“아마도 이러한 개발 방식으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푸르덴셜생명이 세계 최초일 것입니다.” 독특한 방식으로 오랜 기간 시스템을 개발한 만큼 테스트가 매우 중요했다. 실제 푸르덴셜생명은 가동 시점을 5월에서 12월로 연기해가면서 까지 지속적인 테스트를 실시했다. 장애 상황도 무려 한번에 5000∼8000개 이상을 만들어 테스트 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계약관리 솔루션은 향후 미국 본사를 비롯해 각국의 해외법인이 시스템을 재구축하게 되거나 신설법인 설립시 구축되는 시스템에 가장 우선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힘든 차세대 프로젝트를 바로 얼마 전에 완료한 김 부사장이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다. 김 부사장은 “다음에는 기존에 클라이언트/서버(C/S) 기반으로 구축돼 있는 이미징시스템과 콜센터시스템을 모두 웹환경으로 재구축할 계획”이라며 “올해 먼저 콜센터시스템을 재구축하고 이미징시스템은 업무프로세스재설계(BPR)를 완료한 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BPR 프로젝트는 전사 차원에서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데이터센터 운영을 인소싱에서 아웃소싱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이를 위해 사업자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오는 5월말 정보시스템이 한국법인 본사 사무실에서 외부 데이터센터로 이전하게 된다. 이에 대해 김 부사장은 “핵심 업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아웃소싱을 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향후 비핵심업무의 애플리케이션 영역까지 아웃소싱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정통 보험IT 전문가다. 지난 1989년 푸르덴셜생명 전산부 과장으로 입사한 이후 약 21년간을 보험IT와 함께 해왔다. 그리고 현재는 CIO로서는 드물게 부사장이라는 직급까지 올라갔다. 이처럼 보험사 IT조직에서 오래 있었던 김 부사장이기에 현재 보험사 IT부서에서 근무하는 실무자의 고민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과거 IT인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문직제를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직무별로 비즈니스어낼리시스군, 아키텍처군, 시큐리티군 등의 여러 직군을 두고 각각의 직무에 맞게 특정 수준에 오를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전문직제를 비교적 빠르게 도입하는 등 IT인력의 역량 강화에 많은 노력을 해 온 김 부사장이지만 여전히 지금의 가장 큰 고민도 어떻게 하면 IT직원들의 역량을 배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김용태 푸르덴셜생명 부사장은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성고등학고, 서울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했다. 웨스턴일리노이스대에서 컴퓨터 사이언스 석사를 마치고 스탠포드대에서 비즈니스 매니즈먼트 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보험감독원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1989년 푸르덴셜생명 전산부 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후 21년 동안 줄곧 IT부서에서 근무했다. 현재 푸르덴셜생명 CIO로 근무 중이다.
신혜권기자 hk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