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3~4월이 한국 경제의 확고한 경기 회복 여부를 가름하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현실화 가능성에다 미국과 중국의 출구전략이 가시권에 들어오는 등 대외 변수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작년에 이어 설익은 3월 위기설까지 또다시 제기하지만, 주요국의 출구전략 움직임은 예견된 일인데다 지금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 때와 상황이 크게 달라 오히려 지나친 우려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G3발 불확실성 고조..유럽 재정위기 최대변수=한국 경제가 3~4월 또 한 차례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시각은 우리 경제의 내부문제가 아니라 대외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데 기반을 두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소위 ‘G3’ 국가의 변동성 리스크(위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그리스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남유럽 국가의 신용불안이 최대 불안 요인이다. 현재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이른바 ‘PIIGS’ 국가들에 한국이 직접적으로 묶인 돈은 6억달러대에 불과하지만, 이들 국가의 재정위기에 대한 EU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국채 만기연장 및 발행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국제적인 금융불안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유럽계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해외 대출을 조정할 경우 한국도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의 은행권 대외채무 중 유럽계 은행에서 차입한 비율은 40% 정도로 높은 수준이어서 이들 은행이 신흥국 자금회수에 나설 경우 한국의 은행이 유동성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말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그리스 지원에 대한 EU측 최종 입장이 나오는 3월 중순까지는 살얼음판”이라며 “EU가 충분한 지원에 나서지 않는다면 시장의 불안이 증폭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중국의 금융정책이 출구 쪽으로 향하는 것도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부담스럽다. 예상은 했지만 시기가 생각보다 빨랐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19일 재할인율 인상을 통해 출구전략의 신호탄을 올렸고, 지난달부터 두 달 연속 지급준비율을 올려온 중국 역시 이르면 3월께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들 국가의 금리 인상은 투자심리를 경색시켜 한국에 대한 투자 위축이나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라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자칫 실물부문에도 영향을 미칠 경우 어렵사리 경기 회복 기조에 접어든 한국에 찬물을 끼얹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배제할 수 없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나온 미국과 중국의 조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유럽발 재정위기가 어떻게 귀결되느냐와 맞물려 세계 경제의 불안요인이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정부 “3~4월 고비 문제없다”=정부는 3월 리스크와 관련해 우리 경제의 실물부문, 즉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뒀다.
재정부 관계자는 “한국 경제 정상화에 가장 큰 걸림돌은 대외변수”라면서 “최근 PIIGS의 재정 위기, 미국과 중국의 긴축 움직임 등이 3~4월에 절정에 이를 가능성이 있지만 예견된 일이라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정부는 3~4월 유럽발 재정위기가 악화될 경우 닥칠 수 있는 상황을 지난해 3월 위기설과 동등한 선상에서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위기설이 불거질 당시에는 원.달러 환율이 1,530원대로 급등해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데다 은행권 외화차입금 100억달러의 만기가 도래하고 소비, 고용, 투자 등 실물지표도 최악의 상황에 처한 반면 올해에는 대외 리스크를 제외하면 경제가 매우 건실하다는 것이다.
작년 위기설은 금융불안 때문에 한국 내 외화자금이 대거 유출될 수 있다는데 근거했지만, 현재는 외환보유액이 2천700억달러에 이르고 환율이 1천100원대, 주가지수는 1천600 안팎을 유지하는 등 금융시장도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발 재정위기가 3월 말까지 봉합되지 못하거나 동유럽 부채문제까지 터질 경우 한국과 같은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타격받을 수 있다는 점은 우려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각국이 위기 대응을 위해 풀어놓은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것은 예측됐던 일로 이를 감안해도 전 세계 경제의 성장세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