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3월 위기설?”
지난해 초 한국경제는 ‘3월 위기설’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당시 원화값이 달러 대비 1600원까지 떨어지고 코스피는 1000 아래로 맴돌 정도였다. 국내 기업의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도 급등했다. 3월 위기설의 이유는 국내에 들어와있는 유럽과 일본 자금이 회수되면서 단기외채가 많은 우리나라의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세계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에도 위기설까지는 아니지만 3∼4월이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경기 회복 여부를 가름하는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 경제의 최대 불안요인은 그리스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남유럽 국가의 신용불안이다. 이른바 ‘PIIGS(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국가들에 한국이 직접적으로 묶인 돈은 6억달러대에 불과하지만 이들 국가의 재정위기 수습에 문제가 생기면 국제적인 금융불안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유럽계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해외 대출을 조정하면 한국도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의 은행권 대외채무 중 유럽계 은행에서 차입한 비율은 40% 정도로 높은 수준이어서 이들 은행이 신흥국 자금회수에 나설 경우 국내 은행도 유동성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금융정책이 출구 쪽으로 향해 금리를 인상한다면 투자심리를 경색시켜 한국에 대한 투자 위축이나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라는 부정적 영향도 예상된다.
정부는 3월 리스크와 관련해 우리 경제의 실물부문, 즉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뒀다. 특히 3∼4월 유럽발 재정위기가 악화될 경우 닥칠 수 있는 상황을 지난해 3월 위기설과 동등한 선상에서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반박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위기설이 불거질 당시에는 원달러 환율이 1530원대로 급등해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데다 은행권 외화차입금 100억달러의 만기가 도래하고 소비, 고용, 투자 등 실물지표도 최악의 상황에 처한 반면 올해에는 대외 리스크를 제외하면 경제가 매우 건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작년 위기설은 금융불안 때문에 한국 내 외화자금이 대거 유출될 수 있다는 데 근거했지만 현재는 외환보유액이 2700억달러에 이르고 환율이 1100원대, 주가지수는 1600 안팎을 유지하는 등 금융시장도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위기설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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