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학교 컴퓨터 교사들은 “TO감(減)”이라는 자조적인 말을 많이 한다. 선택 과목 중 ‘정보’나 ‘컴퓨터’ 시간이 대폭 감소되면서 일자리도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녹아 있는 말이다. 과거 ‘정보통신기술(ICT) 활용교육’ 운영 지침을 따라 재량 활동 1시간을 의무적으로 컴퓨터 교육에 할애하던 때와 사뭇 다르다.
이 지침은 2008년 말 폐지됐다. 내년 시행을 목표로 지난해 말 발표된 ‘2009 개정 교육과정(미래형 교육과정)’에 따르면 형식적이나마 있던 교육 자체가 송두리째 사라질 판이다.
융합 IT와 SW를 책임질 고급 인력 양성이 국가적인 과제로 대두됐지만 정작 기초 교육을 담당할 초·중·고등학교의 정보, 컴퓨터 교육은 거꾸로 가고 있다.
특히 미래형 교육과정 시행을 앞두고 이공계와 컴퓨터 교육 학계의 근심이 더욱 깊어졌다. 주요 공통 과목 위주로 개정이 이루어지면서 “정보 및 컴퓨터 교과에 대한 최소한의 학교 교육 장치를 마련해달라”는 이공계와 컴퓨터 교육계의 의견은 전혀 수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래형 교육과정은 초등학생의 경우 IT 교육을 했던 재량활동 시간에 교과서 없이 자율 활동, 동아리 활동 등이 중심인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하도록 했다.
중학생은 주당 2시간 범위에서 한문·정보·보건 등 6개 선택교과군 중 과목을 선택한다. 최근‘학교보건법’ 공포에 따라 ‘보건’ 과목을 선택할 학교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생은 수능 과목 위주로 주당 수업시간을 조정하고 특정 과목을 20%까지 늘릴 수 있는 여지도 생겨 ‘정보’ 과목을 일부 의무화하자는 논의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지적이다.
김동원 교육과학기술부 교육과정기획과장은 “주당 1시간씩 컴퓨터 교육을 의무화했던 정보화 초기 단계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시도 교육청별로 미래형 교과과정에 적합한 지침을 만드는 대로 전반적인 현황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공계와 컴퓨터 교육계의 주장은 다르다. 컴퓨터 교육에서 과거처럼 단순히 타자 치기나 엑셀보다 IT 기초 교육과 소양을 가르친다고 보면 오히려 학교에서 이를 필수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지식 경제부도 ‘소프트웨어 강국 도약전략’을 대대적으로 발표하면서 어릴 때부터 SW에 대한 관심과 충실한 기초교육이 중요하다며 “초·중·고 교육과정과 연계한 정보과학원리, 알고리듬 등 문제해결 중심의 교육과정을 보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우리 정부도 7차 교육과정 개편 시 교과서 자체는 ‘보안’이나 ‘정보통신윤리’ 내용을 대폭 보완했다. 그러나 학교에서 과목을 개설하지 않는 이상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상기 의원실이 지난해 2008년 말 국가 지침 폐지 이후 학교의 IT 관련 과목 선택 비중을 최초로 조사한 결과 이미 초·중·고등학교 모두 선택률이 약 3% 줄었다. 김철 한국정보교육학회장(광주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은 “사실상 미래형 교육과정에서 재량 활동이 없어지고 보건 과목이 선택 과목에 추가되면서 ‘정보’가 설 자리는 없어진 셈”이라며 “IT 강국을 외치지만 학교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하지 않는다면 속 빈 강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선택 과목서 외면…"IT강국 속 빈 강정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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