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친환경자동차로 전기자동차가 부상하면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오는 3월 30일부터 저속전기자동차에 대한 특례법이 시행돼 저속전기차의 도로 주행이 가능해지면서 관련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나도 전기차” 중소기업 진출 잇따라=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전기자동차만 전문으로 개발하는 업체로는 CT&T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2002년 설립된 이 회사는 이영기 대표가 현대자동차 상용차 수출본부장을 지낸 것을 비롯해 주요 임원들이 현대차 출신으로, 자동차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기차만 수년간 연구.개발해왔다는 점을 크게 내세우고 있다.
충남 당진에 본사와 조립공장을 둔 이 회사는 골프 카트 제작.납품에서 출발해 저속전기차인 ‘e-ZONE(이존)’을 개발, 양산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CT&T는 이존을 오는 3월 30일부터 1천590만원 안팎에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CT&T 관계자는 “올해 당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국내에서는 2천~3천대 정도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주로 해외 수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이디모터스 역시 오는 4월부터 저속전기차 ‘오로라’를 양산하겠다고 23일 발표했다.
이 회사는 의료기기수입.유통업을 하던 코스닥상장업체 ‘엑스콘’이 지난해 소형전기차와 풍력발전기용 베어링을 생산하던 회사 ‘에이디텍스’의 전기차 사업부문을 인수해 이름을 바꾼 회사다.
이 회사 역시 주요 연구진이 현대차 출신으로, 순수 자체 기술을 개발해 전기차를 양산하게 됐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경기도 화성에 연구소와 공장을 둔 이 회사는 현재 생산규모가 월 500대 수준이지만,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하반기에는 월 2천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오로라의 시판 가격은 1천500만~2천만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해외 전기차 수입도 확산=이처럼 직접 전기차를 개발.생산하는 업체들뿐 아니라 외국의 전기차를 본격 수입.판매하거나 기술을 이전받아 생산에 나서는 업체들도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삼양옵틱스는 지난달 말 미국의 전기차 생산업체인 잽(ZAP)과 부품업체인 로터블럭(Rotoblock)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중국에서 자체 브랜드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학기기 전문업체인 삼양옵틱스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전기차 사업설명회까지 여는 등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삼양옵틱스는 일단 승용차, 택시, 소형 트럭 등 총 8종류의 전기차 100대를 중국 유에프오사에 생산 주문했으며, 추후 국내와 중국에 자체 전기차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카트 및 전기지게차 제조업체인 한라씨녹스 역시 최근 미국 전기차 전문기업 밴티지사와 국내 독점판매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발표했다.
한라씨녹스가 수입.판매하는 밴티지사의 ‘그린밴’은 2.4인승 트럭과 2인승 밴, 7인승 승합 등 실생활 및 업무용으로 사용될 수 있어 국내 수요가 많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한라씨녹스는 지난해 전기골프차를 개발해 경주 보문단지에 납품하는 등 전기차 관련 기술과 경험을 갖추고 있어 밴티지사와의 계약을 통해 수준 높은 기술력 획득도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은 국내보다 전기차 저변이 넓고 관련 업체들도 많은 만큼, ‘테슬라’ 등 유명한 전기차 업체의 제품을 국내 수입해 판매하는 경우가 향후 더 많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시장 전망은 ‘아직’=이처럼 전기자동차 시장에 진출하는 중소기업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시장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고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는 지적이다.
CT&T나 에이디모터스 등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차들은 최고 속도가 시속 60~70㎞ 정도에 불과해 제한된 구역에서만 주행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런 조건은 차를 직접 소유하고 운전하는 주된 이유인 ‘이동의 편리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이어서 소비자들이 선뜻 구매를 결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CT&T 측은 “서울시의 경우만 보더라도 제한속도 60㎞/h 이하인 도로가 전체 도로의 80~90%로, 88올림픽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 등을 제외하고는 주행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아직 크다.
CT&T는 안전 인증 절차를 현재 진행 중이며, 에이디모터스는 오는 4월 중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현재로선 안전성에 대해 소비자들이 믿고 살 만한 자료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가격이 대부분 1천500만원 이상으로, 수요층이 비슷한 경차에 비해 훨씬 더 비싼 것도 시장 확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충전 인프라와 관련 제도가 미비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