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예측하기에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기축통화나 세계적 영향력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고, 지금부터는 미국의 반격에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2025∼2030년께가 되면 미국 중심의 세상에 균열이 발생한 틈을 비집고 중국의 강력한 부상, 기술의 빠른 발전과 풍부한 노동력, 자원을 활용한 후발 국가들의 새로운 카르텔(공동행동) 형성 등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일명 ‘글로벌 군웅할거의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다극체제(Multi-polar system)는 삼극체제나 양극체제보다 불안정한 경향이 있다. 그러기에 현재 힘의 판도를 감안할 때 필자가 보기에는 상처입은 사자인 미국을 중심으로 한 축, 중국과 인도, 일본과 한국 등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권의 축, 그리고 유럽연합인 EU와 러시아가 연합하는 형태의 한 축 정도로 삼국시대를 만들 가능성이 가장 크다. 하지만 세 개의 축을 통한 안정도 잠시뿐, 인간의 욕구는 다양한 문제들을 좀 더 빠르고 강력하게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단극체제(uni-polar system)를 은근히 갈망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을 대신하는 단극체제의 가장 유력한 후보는 중국이 아니라 아시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시대를 일명 ‘팍스 아시아나(Pax Asiana)’의 도래라고 부른다.
아시아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유럽연합의 경우는 강대국으로 면모를 갖출 것은 분명하지만, 초고령화 현상으로 인한 실질 노동력의 저하, 현재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사태와 같은 부실 국가 문제로 인한 하향 평준화되는 경제, EU 회원국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권리를 하나로 아울러야 하는 이해상충 해소에 대한 부담, 이런 과정에서 나타나는 실업률 증가라는 파괴적인 문제를 풀기에도 아직은 역부족이다. 떠오르는 대륙인 아프리카의 경우 상당히 많은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치불안, 낮은 의식으로 인한 부정부패, 기후문제, 인구급증, 종족 분쟁으로 인한 크고 작은 전쟁위협들 때문에 앞으로 20년 후에도 자기 앞가림하기도 버거운 상황일 것이다.
결국 안정적인 단극체제로의 전환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고 있는 블록은 현재로서는 아시아가 가장 유력하다. 여기에 20년간의 전 세계적 경련현상인 ‘월드스패즘(World-spasm)’의 고통스런 시기를 지나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과정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문화, 국제질서, 기술 혜택, 신산업 등을 발판으로 새로운 부가 아시아를 중심으로 만들어 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런 혁명적인 변화의 시기에 국가나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바로 ‘미래 모니터링’ 능력이다. 변화의 시대에는 그 변화를 남들보다 빠르게 모니터링 해야만 위기의 파도는 피해가고 기회의 파도는 선점하는 최적의 전략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 ysfutur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