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 좀 가 봐”라고 했더니 회의실에 가 앉아있다. 회의실을 임원회의 할 수 있게 정돈해 달라는 얘기였는데 못 알아들었다. “진열대 좀 봐줘”라고 했더니 꼼짝 않고 진열대를 쳐다보고 있다. 진열대 상품을 다시 진열하라는 뜻인데 못 알아들었다. 지난 달 회의 때 했던 얘기도 금시초문인 듯 의아해 하고 오늘 아침 조회 때 했던 얘기도 멀뚱멀뚱해 한다. 못 알아듣겠으면 묻기라도 해야지 무슨 배짱으로 묻지도 않는다.
귀는 1분에 600단어를 들을 수 있는데 입은 1분에 125단어밖에 말하지 못한다. 남는 시간에 마음은 전적으로 다른 데 가있다. 못 알아들은 게 아니라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거다. 그렇다고 1분에 600단어를 말하라는 게 아니다. 우리가 말을 많이 할수록 그들은 덜 듣는다. 많이 말하기 보다는 들을 준비가 되었는지 점검하고 잘 들었는지 확인하자. “하나 둘, 아아” 마이크 테스트 하듯, 내 말에 귀기울이는지 테스트하자. ‘내가 방금 뭐라고 그랬나?’라고 갑자기 지명하면 인격적인 공격으로 여겨져 분을 삭이기에도 벅차다. “내가 끝나면 여러분이 질문합니다”라고 미리 예고하자. 알아야 묻는다. 고객 끄덕임, 적절한 메모, 눈 맞춤 등의 바디랭귀지를 살피고 진도를 나가야 할지, 잠깐 주의집중을 시켜야 할지 결정하자.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면 영수증을 준다. 산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영수증이 필요하듯 리더가 말한 것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부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5초만 기다리자. 이제나 저제나 하고 지루해서 지쳐있는 부하에겐 5초의 여유가 있어야 끼어들 용기가 되살아난다. 정적이 흐르고 침묵이 무거워도 마음 속으로 다섯을 세자. 일분일초가 아깝지만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다. 내가 말하는 게 중요하겐 아니라 그들이 듣는 게 중요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