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석 청와대 IT특보가 24일 공개한 ‘2010년도 범 정부 IT 예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외연 확대’다. 그동안 IT가 미치지 못한 곳에 IT가 스며 들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반대로 정보기술 업체와 산업을 지원해온 예산은 감소세가 뚜렷했다. 금액을 급격히 늘릴 수 없는 정부 예산편성 매커니즘을 고려해 내부 조정을 통해 전략적인 분야를 강화한 셈이다.
공공 IT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전통 IT보다 융합과 응용 분야에서 기술력을 쌓아온 전문기업의 대약진도 기대된다.
◇정보화 옷 입는 비 IT분야=올해 신규 예산이 가장 많이 책정된 분야는 비IT 분야의 정보화다. IT가 접목되지 않아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대국민 서비스가 취약했던 분야에 예산을 과감하게 배정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동부의 근로복지공단정보시스템 구축(81억원), 교육과학기술부 교육행정정보시스템 구축(93억원),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정보시스템 이전 및 구축(45억원) 등이다. 하나같이 국민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위해 정보화가 필요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방치됐던 분야다. 특히 사회복지통합관리망 구축 및 운영(179억원), 고용안전전산망 관리(153억원) 등 복지·노동분야에서 굵직굵직한 정보화 프로젝트가 비중있게 추진되면서 이들 부처가 주요 정보화 수요처로 급부상 중이다. 외교부의 전자여권 제조 및 개선(691억원), 법무부의 첨단범죄 및 디지털수사(111억원) 등 범죄와 보안분야에 많은 IT 예산을 할애하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융복합 차세대 준비에도 박차=산업 분야 지원에는 컨버전스 기술 개발 사업 예산이 약진했다. 문화관광체육부가 첨단 융복합 콘텐츠 기술 개발에 전체 IT 예산 중 36%인 435억원을 편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식경제부는 전체 예산이 836억원이 줄어들었음에도 최근 각광받는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해 모바일융합사업 활성화에 50억원을 신규로 배정했다. 행정안전부는 범 정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등을 위해 정부통합전산센터 운영비를 701억원이나 늘렸다. 방위사업청도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이 핵심인 모의비행훈련장비 개발 등 M&S 사업에 131억원을 편성해 전년보다 4배나 늘렸다.
반면에 IT업체를 직접 지원하거나 IT 인프라에 대한 투자은 크게 줄었다. 지경부의 정보통신제품품질인증지원과 정보통신기업성장지원 등이 각각 전년보다 569억원, 156억원씩 급감했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네트워크 기반조성 사업도 54억원 줄었다.
김계현 인하대 교수는 “정부 IT예산이 정보화가 미진한 분야에 IT를 융합하는 쪽으로 쏠리면서 공공 IT사업 시장판도도 바뀔 것”이라며 “그동안 전통 IT를 대기업이 이끌어왔다면 앞으로 건축·제조·환경·복지 등 비 IT분야에 융합 IT를 연구해온 전문기업이 주사업자로 나서는 사례도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0년도 IT관련 정부사업 및 재정규모 현황’은 전자신문 인터넷(www.etnews.co.kr) IT 문서실(http://netizen.etnews.co.kr/docu/bbs_view.html?id=116&start=0)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