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전통적인 정보기술(IT) 예산 대신 융합 IT 분야는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첨단 IT를 제조업과 생활 곳곳에 접목해 비IT 분야 경쟁력도 높이겠다는 구상이 그대로 투영됐다는 평가다.
오해석 IT특보가 24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IT업계 관계자와 가진 간담회에서 공개한 ‘2010년도 IT 관련 정부사업 및 재정규모 현황’ 문건에 따르면 올해 범정부 IT예산은 4조982억원으로 2009년 비해 779억원이 늘어났다.
지금까지 기획재정부가 국가정보화 예산을 분류해 발표한 적은 있으나, 이와 별도로 정부 부처별로 추진 중인 IT사업까지 합쳐 범정부 IT예산을 취합한 것은 처음이다. 이 문건은 오 특보의 요청으로 부처별 예산을 취합해 만들어졌다.
문건에 따르면 전체 42개 국가기관 가운데 26곳이 전년보다 예산이 늘어났고 14곳이 줄었다. 감사원과 금융위원회는 전년과 같았다. 특히 보건복지부·외교통상부·법무부·노동부·통일부·기상청 등 비IT 기관의 예산은 대체로 증액된 반면에 지식경제부·방송통신위원회 등 IT 주무부처의 예산은 줄어 대조를 보였다.
그간 가장 많은 IT예산을 집행한 지경부는 올해 1조1908억원으로 작년보다 838억원이나 줄어 감소액이 가장 많았다. 지리정보시스템(GIS)·u시티 등 IT사업을 활발하게 펼쳐온 국토해양부도 작년보다 605억원이 급감했으며, 방통위도 24억원이 줄었다.
반면에 보건복지부가 올해 166억원 늘어 전체 예산이 20% 급증한 것을 비롯해 외교부(20%)·통일부(66%)·법무부(35%)·기상청(24%) 등 비IT 부처의 IT예산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행정안전부는 각각 5.9%, 11% 소폭 늘어났다. 하지만 증액 예산의 대부분이 작년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여파로 늘어난 정보보호 예산이 차지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세부 과제별로도 정보통신기업 성장 지원 등 전통적인 IT 지원 예산이 줄어든 것과 반대로 차세대 융·복합 기술개발, 비IT 분야 정보화 등에 예산이 크게 늘어났다. 지경부의 정보통신제품 품질인증 지원과 정보통신기업 성장지원 등이 각각 작년보다 569억원, 156억원씩 급감했으나 문화부의 첨단 융·복합 콘텐츠 기술 개발사업이 135억원 증가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오해석 IT특보는 “정부 예산은 양적인 측면보다 용도와 효율적인 측면을 따져봐야 한다. 미국 국방부가 SW산업을 선도해도 우리는 (앞선 IT를 접목해) 군사정보를 컨트롤하는 시스템은 국산화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활용’ 분야 예산을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궁극적으로 e러닝, 교통망 시스템, u시티 등 인프라부터 애플리케이션까지 수출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지영·정진욱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