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내달부터 ‘초당 과금제’를 전격 도입한다. 이동전화 요금 인하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이어지자 SK텔레콤은 10초단위로 부과하던 요금제를 초단위로 도입해 요금인하를 유도하겠다는 파격적인 정책을 내놨다. 10초 미만의 통화를 하더라도 18원의 요금이 일괄 부과됐지만, 이제는 1초당 1.8원만 내면 된다. 이 조치로 가입자당 월평균 700원 가량의 요금이 절감될 것으로 추정된다. 사업자에겐 수백억원 가량의 수익이 감소한다. 방통위는 SK텔레콤 사례를 타 사업자에게까지 전파하겠다고 한다. 통신 요금체계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신 요금제도는 전적으로 사업자가 결정하는 영역이다. 시장 상황이나 경쟁상황에 요금인하를 추진하는 것이 맞다. 정부가 나서서 요금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현행 법상에서 합당하지 않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통신 요금제도에 대한 규제는 단순히 요금을 정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요금이 인하되면 시장에서 수요가 늘고, 요금이 오르면 수요가 준다. 음성통화 시장은 현재로선 거의 포화상태다. 이 상태에서 음성통화를 내리라고 강요하는 것은 사업자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KT나 통합LG텔레콤에겐 더욱 그렇다.
중요한 것은 규제기관인 방통위가 더이상 음성통화요금 인하에 매여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내리기 싫다는 사업자를 윽박지르기보다, 다가올 무선인터넷 시장 요금을 내려서 시장 크기를 키우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내리기 싫다는 요금을 내리게 하는 것은 규제지만,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 요금을 내리는 것은 ‘진흥’ 차원의 문제다. 음성통화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다른 차원의 기간 인프라 투자로 돌리도록 유도하는 게 급선무다. 무선인터넷 시장을 키워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고, 통신사업자와 소비자, 단말기 제조업체 모두가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놓는 해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음성통화 시장은 더이상 규제기관의 ‘봉’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