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그룹의 합병 상대로 KB금융그룹이 급부상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KB금융의 직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는데다 작년 9월 말 이후 5개월째 회장 공석 상태여서 인수.합병(M&A) 등 그룹의 명운이 걸린 전략적인 결정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합병 대상으로 하나금융 대신 KB금융이 급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유력한 합병 대상으로 꼽혔던 하나금융은 자산이 169조원으로 KB금융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자산 316조원인 KB금융이 자산 318조원인 우리금융과 합병하면 세계 50위권에 근접해 국제적인 경쟁력 확보라는 합병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간 합병 이후로도 정부 지분이 30%에 달하는 점도 민영화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이 합치면 정부 지분은 10%대로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KB금융 측은 우리금융과의 합병설에 대해 생소하다는 반응이다.
2006년 본계약까지 체결했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해서는 계속 관심을 표시해왔지만, 우리금융과의 합병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최고 결정권자인 회장이 공석이어서 그룹의 사운이 걸린 M&A를 추진할 수도 없는 처지다.
KB금융은 황 전 회장이 작년 9월 말 우리금융 회장 시절 투자손실 문제로 퇴임한 데 이어 차기 회장 내정자로 선임됐던 강정원 국민은행장마저 작년 말 회장 내정자에서 물러나면서 회장 공백 상태가 5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푸르덴셜증권의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KB금융이 지난달 27일 실시된 본입찰에 불참한 것과 카드 분사 작업이 지지부진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6개월 내 매각하기로 한 외환은행의 인수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KB금융이 이사회 구성이 완료되는 3월 말 주총 이후 회장 선임 작업에 착수하면 두세 달 후인 5월말, 6월초에나 차기 회장 체제가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장 공백기가 8~9개월에 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민은행 노동조합도 우리금융과의 합병설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대형 은행 간 합병이 인력 구조조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노조는 최근 보고서에서 “은행들이 합병 이후 경비축소를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며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간 합병 때 직원을 20%와 30% 감축하면 각각 9천218명과 1만3천827명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우리금융과의 합병 등 M&A 방법까지 언급되는 것은 앞서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KB금융 지분이 전혀 없는 정부가 우리금융과의 합병이나 구조조정을 유도하면 마찰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