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청사 에너지절감 `눈물겹다`

“사무실이 사람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어둡고 추워서 오히려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이러다가는 건강까지 나빠지겠다”

날씨가 풀리기 전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지방 공무원들의 입에서 툭하면 터져 나오는 푸념이다. 이는 각 지자체가 강력한 에너지 절감 대책을 펼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려는 각 지자체의 노력이 눈물겹다. 호화청사 논란에다 에너지 과소비 기관으로 낙인찍히면서 한꺼번에 쏟아진 비난의 화살을 어떻게든 피해보려는 각 지자체의 몸부림이 갈수록 처절해지고 있다.

◇“에너지 10% 절감하라”…실내조명.온도 낮추기는 기본=올해 겨울 충북 제천시청 문화관광과와 옥천군청 별관의 회계정보과 직원들은 추위와 싸우느라 큰 고생을 했다. 대부분 직원이 두툼한 외투로 무장하고 무릎담요에 털신을 신고 근무했다.

난방시설이 허술한데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공공기관 에너지절약 시책에 따라 실내온도를 18도로 낮췄기 때문이다.

강원 원주시의 사정도 비슷하다. 건물 복도 전등 일체 끄기 운동을 시행하고 있고, 실내온도 15도 이하 유지 정책에 따라 무릎담요와 손 장갑 등 보온장비를 직원들에게 부서별로 나눠줬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본청과 의정부 제2청, 도의회 청사 등 3개 청사의 에너지 사용량을 지난해와 비교해 15% 정도 감축하기로 하면서 이달부터 점심때에는 각 사무실의 불을 일괄적으로 끄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사무실에서는 직원들이 어둠 속에서 점심때가 끝나기를 기다리거나 급한 업무는 전등없이 컴퓨터만을 이용해 처리하는 웃지못할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또 실내온도를 18도 이하로 유지하면서 개인 전열기구도 모두 회수해 버렸다. 이로 인해 기온이 떨어진 날에는 추위를 호소하는 직원들의 하소연이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왔다.

울산 중구청은 전기를 아끼기 위해 야간 근무를 자제하도록 했으며, 야근이 불가피할 때는 야근 직원들만 따로 모아 한 곳에서 일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심지어 경남 고성군은 군청 산하기관 청사 사무실 형광등 전력 소비를 50% 이하로 줄인다는 목표 아래 전체 4천763개의 형광등 가운데 2천198개를 꺼놓았다. 형광등 두 개 가운데 한 개꼴이다.

고성군의 한 공무원은 “사무실과 복도 등 청사 내부가 어두운 편이고, 외부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쪽의 사무실은 더 어둡다”면서 “특히 일몰 시각이 다가오면 더 어두워져 불편할 뿐 아니라 비가 올 때나 흐릴 때는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샐 틈없이 틀어막아라”=각 지자체는 에너지 절약뿐 아니라 에너지가 새는 빈틈을 막는데도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시는 올해 3억2천만원을 들여 시청 창문을 이중으로 설치하고 단열필름을 붙여 건물 외부로 빠져나가는 온기와 냉기를 최대한 줄일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말에는 3억원을 투입해 석면으로 된 시청 지붕을 단열지붕으로 교체하고, 자연채광 집광기도 16대나 설치했다. 오는 6월까지는 5억원을 더 들여 시청 옥상에 50㎾의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경기 양평군은 본관과 별관, 현관과 민원실 입구 등 모두 6곳에 에어 커튼을 설치해 실내공기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는 청사 내 모든 무인자동판매기에 전원 차단용 24시간 타이머를 부착해 에너지 낭비를 막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해말부터 사무공간에 조명절전 시스템(동작 센서) 2천500개를 세워 사람이 없으면 자동으로 조명이 꺼지도록 하고 있다.

충남 서산시도 각 사무실에 실내온도 감지센서와 자동온도 제어장치를 달아 실내 규정온도를 지키고 있다.

경남도는 청사내 9대의 커피 자동판매기 가운데 3대를 아예 철거했다. 나아가 사무실에 있는 198대의 복사기 가운데 40%가량을 없앨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