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인 온라인 영화관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됐다. 안방에서 IPTV가 아니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영화를 내려받아 PC와 PMP 등으로 즐길 수 있게됐다. 아직 구현은 안됐지만 스마트폰과 TV를 통해서도 인터넷으로 내려받은 영화를 감상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영화의 온라인 내려받기 서비스는 지난해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절름발이였다.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 등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문을 걸어잠그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회사 영화의 국내 영화시장 점유율(관객기준)은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다. 대형 투자배급사의 잠금장치도 풀렸고, 영화를 공급하는 시스템도 고도화됐다.
CJ엔터테인먼트와 NHN비즈니스플랫폼이 온라인 영화 내려받기 전문업체인 엠바로를 국내 최초로 설립해서다. 엠바로는 우선 25일부터 네이버를 통해 영화를 서비스한다. 이동통신사 서비스와 다음 등 포털과도 협상을 진행 중이어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영화 내려받기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해오던 다음도 지난 23일 서비스를 공식 오픈해 온라인 영화관 경쟁도 시작되는 분위기다. 현재 다음에 제공되는 영화는 네이버와 달리 KTH와 씨네21i 등 온라인 판권 전문업체가 보유한 영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영화관 서비스에 뛰어드는 플랫폼이 많을수록,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영화를 고급 화질로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위기의 영화계와 포털의 이해 접점=온라인 영화관 시대 개막은 부가시장 창출에 실패한 영화계와 영화 콘텐츠의 공급이 필요했던 IT업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전에는 양 업계는 앙숙관계였다. 웹하드를 통한 불법 영화 내려받기가 성행한 데 대해 영화계의 원성이 높아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지 못하겠다는 분위기였던 셈이다.
그러나 엔써즈와 위디랩, 뮤레카 등 동영상 필터링 업체들이 지난해 초 불법 영화를 올리는 것을 차단하고 이미 올려진 불법 영화를 색출할 수 있는 기술을 앞다퉈 내놓고 실효성을 인정을 받으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불법 영화 파일에 대한 단속에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웹하드에 대한 사법당국의 감시 눈초리가 심해지고 문화부가 강력한 척결 의지를 내비친데다, 불법 내려받기 근절 운동이 사회적으로 일어나면서 불법 내려받기의 입지는 한참 줄어들었다.
이에 영화관 외에 마땅한 부가수익을 올리지 못하던 영화계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온라인에도 일부 합법 내려받기 시장이 있었지만, 시장 규모는 2005년 600억원 규모에서 2008년 200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고, DVD 판매시장도 2004년 6천536억원에서 4년 만에 2천224억으로 감소하는 난맥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영화관에서도 지난해 한국 영화가 선전했지만, 이전 몇 년간 부진했던 점도 부가 수익 창출에 팔을 걷어붙이게 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주요 웹하드 역시 연합체를 만들어 필터링 솔루션을 도입해 불법 올리기를 차단하고, 일부 영화를 공식 유통하는 등 합법화 노력에 가담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불법 유통을 우려해 온라인 배급을 막아왔던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적극 나서고, 포털 등이 호응하게 된 셈이다. 물론 이 지점에서 향후 영상 콘텐츠의 유통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복안도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영상 콘텐츠 시장 성장 가속화=온라인 영화관 시대는 영상 콘텐츠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미국 등에 비해 국내는 영화계와 방송계 등의 온라인 시장 참여도가 떨어지고, 합법적인 온라인 영상 콘텐츠 시장 형성도 지지부진했으나, 최근 갑자기 급변하는 분위기다. 영화의 온라인 서비스 외에도 자체적인 온라인 서비스에 주력하던 KBS와 MBC, SBS 등 공중파 3사도 지난해 12월부터 차례로 영상 콘텐츠를 웹하드에 풀었다. 심지어는 시범적으로 소비자들이 자사 영상을 퍼올릴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온라인 영상 콘텐츠 시장이 마냥 성장의 순풍을 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격 문제가 걸림돌이다. 영화의 경우 DVD 출시 이전에 제공되는 최신작의 경우는 3천500원이다. 그러나 웹하드에서 불법으로 100∼500원 가격에서 내려받는 습관이 상당수의 소비자에게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체감가격은 높을 수 있다. 온라인과 영화 내려받기 가격이 비슷한 IPTV에 대해 소비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온라인 극장시대의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가격은 획기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단기적으로 높아 보이지 않는다. 현재 영화관람료가 8천원에서 9천원인 점을 감안한다면 마냥 가격이 높지는 않다는 평가 때문이다. 음원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MP3 가격이 곡당 500∼600원가량으로 낮게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더구나 한번 낮게 형성된 가격을 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음원시장의 급속한 하향세를 지켜본 영화계에서 사실상 단합적 성격으로 3천500원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아직 이 가격에 대한 소비자 저항이 있는 만큼, 적정한 선에서 소비자와 업계의 이익이 접합점을 찾고, 합법 내려받기 의식이 일반적으로 자리잡는데는 최소 2∼3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가격 문제에서 편당 500원인 방송 콘텐츠의 경우 가격에서 유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영상 콘텐츠 전문가는 “방송 콘텐츠의 경우 온라인 이용자와 TV 시청자가 충돌하는 경우가 적은데다, 온라인에서 많이 볼수록 TV에서 시청률이 올라가 광고 수익도 더불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정책은 유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TV 등장 촉진제 될까=영화와 방송 콘텐츠 등의 급속한 온라인화는 인터넷TV의 도입에 촉진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IT업계에서는 애플이 아이패드를 인터넷TV를 내놓기 위한 중간 다리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애플이 아이패드의 영상 콘텐츠 확대를 위해 방송사 등과 벌이는 콘텐츠 공급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다음 수순은 인터넷TV라는 것이다.
PC와 스마트폰에서 인터넷을 즐기듯, TV에서도 망 사용에 대한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인터넷 기능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영상을 취사선택해 보면서, 일반적인 인터넷 서비스도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미 애플의 인터넷TV 출시를 기정사실화한 분위기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에 영상 콘텐츠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인터넷TV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TV의 열쇠는 영상 콘텐츠의 확보다. 애플이 아이패드를 내놓을 수 있는 이유로는 영상 콘텐츠 확보에 대한 자심감도 작용했다. 그만큼 국내 영화 및 방송 업계가 빠르게 온라인 시대를 열어가는 것은 인터넷TV 시대를 촉진할 수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3스크린 시장 형성의 주요 요소로,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와 더불어 한 축인 영상 콘텐츠 업계가 시장 확대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는 점은 주목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