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소식만을 기다리며 가슴을 졸이던 시간이 지났다. 이제 당당하게 합격 통지서를 들고 가족과 친구에게 자랑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10학번 새내기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설렘 반, 두려움 반이다. 강의 준비부터 관계 맺음까지 궁금한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에 박현우, 천희주 10학번 두 명의 새내기가 선배를 찾아 나섰다. 이들의 눈에 딱 걸린 선배 한 명. 이번에 졸업한 02학번 조영관 군. 자칭 ‘얼리어답터’라는 이 선배는 이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 줄 수 있을까. 일일 기자가 되어 질문을 쏟아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정리해봤다.
-천희주(이하 천):대학에 입학한다고 생각하니 막상 무엇이 다른 지 잘 모르겠습니다. 고등학교 생활과 대학 생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조영관(이하 조):내 앞에 맞닥뜨리는 대부분의 일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해요. 수업 시간표도 자신이 직접 짜야 하고, 하루 일과도 스스로 계획해야 하지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간 정해진 시간표대로 움직였던 것에 비하면 완전히 다른 생활이죠.
- 박현우(이하 박):합격 후에 몇 번 선배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가장 신기하다고 느낀 점은 선배들의 여유로움이에요. 특히 저는 지방에 살다가 서울에 처음 올라왔기 때문에 새로운 생활이 조금 두렵거든요.
△조:저도 지방에서 올라왔어요. 광주에서. 처음에는 적응하기 매우 어려웠죠. 지하철 타는 법도 잘 모르겠고, 특히 환승하는 일이 어려웠어요. 반대 방향으로 가는 바람에 헤맨 적도 많았답니다. 하지만 당황하면 지게 될 것 같아 당당하게 달려들었죠. 익숙하지 않을 뿐 못 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답니다. 어차피 부딪혀보지 않으면 잘 모르거든요. 선배들이 여유로워 보이는 건 최소 1년 이상 낯선 일에 부딪히면서 적응하는 법을 익혔기 때문이에요.
-천:요즘 대학 수업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들었어요. 어떤 부분이 가장 많이 달라졌나요.
△조:각종 IT 기기를 활용하는 친구들이 늘어났어요. 팀별 과제 발표를 할 때면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프레젠테이션이 필수가 됐답니다. 그러다보니 노트북을 들고 수업에 들어오는 친구들이 늘어났어요. 필기도 노트북을 이용합니다. 딸각거리는 볼펜 소리보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늘어났다고 할까요. 교수님들도 종이 자료를 나눠주시기보다 인터넷 사이트에 미리 자료를 올려놓으시고요. 녹음기나 PMP를 이용하는 친구들도 많아졌답니다.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친구들은 녹음기를 준비해 들어와서는 강의 내용을 녹음한 뒤 집에서 복습하지요. 또한 PMP로 강의에 필요한 동영상을 찾아 듣는 친구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요.
-박:동아리 활동이나 취미 생활은 어떤 것이 좋을까요. 저는 조금 내성적이어서 사람들과 친해질 만한 계기를 만들어보고 싶어서요.
△조:사진 동아리는 어떨까요. 사진은 자신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좋은 매개체라고 봅니다. 저는 ‘빛을 담아’라는 사진 동아리 활동을 했어요. DSLR 카메라를 제대로 만져본 건 동아리 활동 덕분이었지요. 선배들의 카메라를 조심스레 다뤄보고 사진도 찍어보면서 나를 드러내는 방식에는 꼭 말과 글만 있는 건 아니란 걸 알게 됐답니다. 그 후로 돈을 모으면 카메라 사는 일에 투자했지요.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아 렌즈를 하나하나 사면서 느낀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술 마시거나 당구치는 일에 돈을 쓰지 말고 사진처럼 결과물이 남는 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해 보세요. 요즘엔 DSLR도 엔트리급부터 전문가용까지 종류가 다양하고 사용자도 많아 시작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천:동아리 활동이 아닌 사람들과 관계 맺는 다른 방식은 또 없을까요. 저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요.
-조:트위터를 추천하고 싶네요. 트위터는 사람들과 관계 맺는 새로운 방식을 제공한답니다. 과거 온라인 카페나 클럽이 테두리 안에 속한 사람들의 교류를 위한 공간이었다면 트위터는 완전히 다른 열린 공간이지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아는 사람들과는 더욱 친숙해질 수도 있고. 관심분야에 있는 사람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눌 수도 있어요. 트위터는 책임감도 얻게 해준답니다. 내가 한 말이 빠르게 전파되니까 함부로 말을 내뱉으면 안 되니까요. 저도 최근 트위터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답니다.
-박:오늘 정말 많은 도움을 받네요.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하나의 방법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길을 바라봤으면 합니다. 고등학교까지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공부 하나였다면 대학에서는 나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주 다양합니다.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는 공간이므로 기존 가치관을 벗어던져도 좋습니다. 유명한 IT 기업 CEO도 알고 보면 세상의 기준에 꼭 맞추려 했던 건 아니거든요. 저도 한때 카메라에 푹 빠져 렌즈를 사 모으기도 했고, 디지털 기기에 매력을 느껴 인터넷을 통해 중고 제품을 찾아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자신이 매력을 느끼는 일에 푹 빠져본다면 대학 생활이 꼭 어렵지만은 않으리라 장담합니다.
정리=박창규기자 k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