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ㆍ쪽지 대신 휴대폰 단체문자

 대학 풍경이 달라졌다. 강의실과 주변 환경은 물론 풍속까지 변했다. 디지털 기기의 보급은 이들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90학번인 회사원 김현수씨(39)는 “예전에는 입학 선물로 만년필이나 휴대형 카세트를 받은 친구들이 많았다”며 “서로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바꿔듣는 재미도 쏠쏠했다”고 회고했다. 김 씨는 “선후배와 약속을 잡을 때면 주로 학교 앞 서점 문에 붙여 놓은 메모를 확인했다”며 “서점 문 게시판에는 각 과에서 붙여 놓은 약속 메모로 가득 찼다”고 말했다.

 아날로그적인 대학 캠퍼스에 변화의 바람은 90년대 말부터 불었다. 삐삐에 이어 PCS 서비스가 시작되면서부터다. 00학번인 김기성씨(29)는 “친구들이 대부분 고등학교 졸업 선물로 PCS를 받았다”며 “선배들도 하나 둘씩 삐삐에서 휴대폰으로 갈아타는 분위기였다”고 당시 풍경을 전했다. 그는 “그래도 과실은 언제나 선후배와 동기들로 만원이었다”며 “온라인 카페나 클럽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식사 약속을 잡기 위해서 과실에 들르는 일은 새내기에게 필수”였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대학생은 완전한 ‘디지털 세대’다. 이들은 휴대폰 문자메시지, 포토메일 등으로 연락하는 일이 일상화됐다. 약속도 대자보보다 휴대폰 단체 문자가 편하다고 말한다. 대학에 갓 입학한 2010학번 최지선씨(20)는 “대부분의 약속은 휴대폰을 통해 공유한다”며 “과 전체 일정도 휴대폰으로 연락받는다”고 말했다.

 99학번 백상진씨(30)는 “가끔 달라진 풍경이 낯설 때가 있다”며 “때로는 학교 게시판에 직접 쓴 대자보나 일정을 알리는 현수막 등이 그립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