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신임 사장에 권오철 중국우시법인장(전무)이 내정됐다.
하이닉스 주주협의회는 25일 회의를 열어 권 전무를 신임 사장에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매출 9조, 국내 반도체 수출의 30%, 1만7000명의 직원(본사기준), 32만2000명 주주(국내 최다)’인 하이닉스는 지난 2002년 초까지 사장직을 수행했던 박종섭 사장 이후 8년만에 하이닉스 출신 사장이 선임됐다.
채권단으로 이루어진 하이닉스 주주협의회는 25일 오후 최진석 신사업제조총괄 부사장, 박성욱 연구소장(부사장), 권오철 중국 우시법인장(전무), 김민철 전무(CFO) 등 4명의 사장 후보자들에 대한 면접과 토론 등을 통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권 사장 내정자는 옛 현대전자 출신으로 정통 현대맨으로 꼽힌다. 그는 계성고를 거쳐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으며 해군장교로 군복무를 마치고 1984년 현대그룹에 입사해 현대상선과 현대전자, 하이닉스 등 26년 간 현대 계열에서 근무했다. 그는 하이닉스에서 2001년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전략기획실장, 대외협력실장 등을 거쳤고 작년 4월부터 하이닉스 중국우시법인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권 사장 내정자는 채권단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던 이전과는 달리 하이닉스를 포스코와 같이 특정 대주주 없이 이사회식 지배구조로 바꾸겠다는 채권단 계획과 맞물려 이사회 중심의 하이닉스 경영을 다져가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 간섭이 줄어드는 대신 독자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중책을 맡게 된 셈이다. 이를 위해 7조원에 이르는 차입금을 낮추는 한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최적의 투자 방식을 찾아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또 반도체 시장 악화를 대비한 현금 확보도 권 사장 내정자의 몫이다.
한편, 채권단은 두 차례에 걸친 하이닉스 매각 무산에 따라 보유 중인 하이닉스 지분 중 13% 내외를 올해 말까지 시장에 블록세일 형태로 내다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의 지분율은 28%에서 올해 연말까지는 15%로 낮춰지게 된다. 또 연말까지는 매각에 대해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지만 매각이 안될 가능성을 대비 지배구조 변화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하이닉스를 정상화할 최적의 인물을 뽑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새 사장 중심으로 하이닉스 전 임직원이 뭉쳐 재도약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