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태양광산업 보조금 정책이 표류하면서 관련 기업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해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인 독일은 최근 가정용 태양광 발전시설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오는 7월부터 16% 삭감하기로 했다.
올 들어 벌써 세 번이나 삭감시기를 연기한 것으로, 독일은 당초 4월 보조금 지급액을 줄이기로 했으나 5월과 6월로 연기한 바 있다.
그러나 기민당·자민당·기사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독일은 기사당이 삭감을 반대하는 데다 업계 반대 목소리가 커 법안 통과가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유럽 3위의 태양광 시장인 이탈리아도 올해 끝나는 보조금 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지원제도 발표를 계속 연기하고 있다. 25일 열린 정부 회의에서 신규 지원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보조금을 삭감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오는 3월말 열리는 지방선거에서 표심 이탈을 우려해 발표를 연기했다는 분석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태양광 모듈 가격이 하락한 만큼 보조금 지급액도 줄어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웃 일본 역시 지난 2005년 중단한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다시 도입할 예정이지만 오는 3월 관련 보고서를 발표할 뿐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부터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대신해 시행키로 예고된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법안이 국회에서 3년째 계류 중이다.
주요 국가 가운데 영국만이 오는 4월부터 가정에서 사용하는 소형 태양광 및 풍력 발전에 발전차액을 지원하는 법안을 확정했을 뿐이다.
각국 정부 정책이 확정되지 않음에 따라 업체들은 투자 및 판매계획 등 장기 전략을 세우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아직 자립도가 부족한 태양광 산업 특성상 정부 도움 없이는 활발한 시장 형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BP솔라 이탈리아의 기아니 치아네타 대표는 최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탈리아 정부가 지속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마련하리라 믿고 투자 계획을 세웠었다”며 “만약 정책 발표가 계속 미뤄진다면 다른 나라를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태양광 인버터 전문기업인 헥스파워시스템의 김영록 이사는 “업체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국 정부의 정책 정보”라며 “정책이 확정돼야 이를 토대로 향후 판매 및 투자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