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니시스, 변화 대응 늦어 실패한 모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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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니시스의 철수 배경은 ‘탈 메인프레임’ 등 유독 IT 시장 변화가 빠른 국내 시장에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메인프레임 전성시대의 호황을 함께 누렸던 한국IBM이 메인프레임 시장 위축에 맞춰 유닉스서버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으로 재빠르게 사업 구조를 바꿔나가며 대응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유니시스는 지난 1971년 스페리코리아로 한국 시장에 발을 내디딘 이후 본사의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1986년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한국유니시스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메인프레임 사업이 호조를 띠면서 2002년까지만 해도 매출 1000억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이후 국내 금융·제조 등 대기업이 잇따라 유닉스서버로의 다운사이징을 택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유니시스는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패착을 범했다.

 그나마 미국 본사는 공공 부문의 강점을 앞세워 서비스업체로 새로운 변화를 추구했지만 한국 지사는 메인프레임 사이트 감소에 속수무책이었다. 한국유니시스 메인프레임 고객은 현재 수협, 은행연합회 단 두 곳뿐이다.

 이처럼 시장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은 불가항적이었다고 해도 국내 시장에서 4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글로벌기업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지 않고 지사 철수라는 무책임한 결정을 내린 것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한국유니시스는 지난 수년간 외형은 지속적으로 줄었으나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메인프레임 유지보수 사업에 힘입어 수익구조는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국유니시스 노조는 24일 파업에 들어가며 철수 방침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글로벌 유니시스가 40년 연속 흑자 기업의 명예도 무색하게 한국유니시스 철수를 발표했다. 수십 년간 흑자에도 금년 이후의 불투명한 경영전망만을 가지고 한국과 국내 고객을 무시했다”며 글로벌 기업의 모럴 해저드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한국유니시스가 지난 2008년까지 한국 회계법 기준으로 2001년을 제외하고 매년 흑자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유니시스는 이에 대해 “(노조의 주장과 달리) 한국 회계법 기준으로 몇 차례 적자를 기록했으며 사업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2009년 실적은 본사 내부 관리회계 기준으로 적자였다. 지사 철수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