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앞날 길고도 험한 `마라톤`

대량 리콜 사태로 창사 이래 최대위기를 맞은 도요타 자동차의 사장이 미국 의회에 출석해 거듭 사과한 것은 예전의 화려한 명성을 되찾기 위한 첫 단추를 겨우 끼운 것에 불과하다.

연이어 제기되는 집단소송과 더불어 미국 사법당국의 조사도 받는 도요타가 모든 악재를 떨쳐내고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한 길은 길고도 험난한 마라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일본에서는 미국 의회의 청문회에 불려간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나름대로 ’선방’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한 달간 300억달러 가량의 손해를 본 도요타의 투자자들은 청문회에 대해 도요타가 잃어버린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지난한 과정에서 이뤄낸 작은 진전으로 보고 있다. 도요타에 투자한 라쿠텐 투자회사의 오시마 가즈타카 대표는 25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청문회에서 잘해낸 것 같다”며 “도요타 자동차의 주가 역시 시장도 이런 시각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도요타의 주가는 25일 도쿄 증시에서 0.2%가 하락했다. 미국 증시에서 3.9%가 오른 것에 비해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혼다나 닛산 등 다른 자동차기업을 비롯해 도쿄 증시 전반적인 상황에 비해서는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즈타카 대표는 “도요다 사장이 좀 더 일찍 이런 자리에 등장했어야 했다”며 아쉼움을 표하기도 했지만 “(사장의) 진지한 태도는 청문회 참석자들의 이해를 얻어냈다”며 “도요타 자동차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 흐름이 이제는 정점을 찍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정치권은 특히 도요타 사태가 일본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시장가치가 1천250억 달러에 달하는 도요타 자동차는 일본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대량 생산-공급 네트워크의 핵심에 자리해있기 때문.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도요타의 사장이 직접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안전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개선이 필요한 곳에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도요타가 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감 섞인 발언은 도요타가 직면한 상황이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칸사이 대학의 모리오카 코지 교수는 “청문회에서는 도요타가 안전문제와 관련한 주요 정보를 최근까지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 등 도요타의 기업 관리에 일부 심각한 결함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심각한 결함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도요타가 현재와 같은 난국을 빨리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도요타의 리콜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리콜 고객의 교통비를 전액 회사측이 부담하기로 뉴욕주와 합의하기도 했다. 이런 합의는 다른 주들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여 리콜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요타가 위기를 타개하는 길은 멀고도 험난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미국 경제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컨설팅기업 힐&놀턴의 리스크 및 위기관리 담당자인 크리스 기데즈 컨설턴트는 도요다 사장이 청문회 참석을 위해 일본에서 직접 왔다는 사실은 점수를 딴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청문회 하나만으로 (도요타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무너진 명성을 되살리는 일은 “도요타에게 마라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다 사장 자신을 포함한 임직원들은 위기의식을 강하게 느끼면서도 지금의 상황을 하루빨리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도요다 사장은 청문회에서 “우리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생산 공정에 대한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요타 자동차는 사장이 직접 주재하는 안전위원회 설치를 포함한 다양한 내부 개혁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요타의 카미고 물류 센터에서 일하는 모리 신고 씨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어려운 질문도 있었지만, 사장이 청문회에서 정직하게 대답했다고 생각한다”며 “힘을 모아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고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