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래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회장 kaia@gamekorea.or.kr
국내 아케이드게임산업이 태동한 지 벌써 30년이 지났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여러 질곡의 역사를 거치면서 아케이드게임산업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가 깊어지기는커녕 점점 얕아지거나 심지어 변질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게임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유명 포털 사이트의 백과사전을 봐도 아케이드게임의 정의는 오락실에서 즐기는 단순한 형식의 게임으로만 표기되어 있고 갤러그·벽돌깨기·인베이더 등 과거 인기를 끌었던 너무나 오래된 게임만을 예로 들며 몇 줄 적혀 있을 뿐이다. 즉 현재 아케이드게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낡은 앨범 속 추억의 오락실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또 몇 년 전 바다이야기 사태를 거치면서 아케이드게임 하면 사행성 게임이라는 음침하고 부정적인 등식까지 더해지기도 했다.
어떤 산업의 규모와 성숙은 그 산업과 관련된 용어나 연관된 분류를 보면 짐작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 게임산업의 구분과 통계도 단순히 아케이드·온라인·콘솔·휴대용 등 플랫폼상의 구분과 액션·롤플레잉·시뮬레이션 등 콘텐츠상의 분류에만 그치고 있어 아케이드게임만이 가지는 다양한 형태와 특징을 전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아케이드게임 구분은 비디오게임, 어뮤즈먼트벤딩머신, 키드라이더, 핀볼, 주크박스, 크레인, 전자다트, 리뎀션, 테이블 풋볼, 로터리 등 20가지가 넘고 해마다 관련 규모와 통계 자료가 나오고 있다. 일본도 비디오게임기, 경품게임기, 메달게임기, 라이더, 경품류, 카드게임기, 캡슐 자판기 등 13가지 이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AWP(Amusement with Prizes)라 불리는 성인용 게임도 해외에선 카드나 릴게임 이외에 SWP(Skill with Prizes), 트리비아 머신, 코인푸셔(coin pusher) 등 우리가 접해보지 못했던 여러 장르를 가지고 있다. 이 밖에 산업의 크기와 깊이를 짐작할 수 있는 아케이드게임과 관련된 옐로페이지나 디렉터리를 살펴보면 역시 수십 가지의 부품, 인터페이스 등의 카테고리가 존재한다.
여기에 게임 제공 방식과 관련된 부분까지 확대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오락실이라 부르는 전문게임업소 이외에 스포츠·헬스 등의 테마형 게임장, 레저산업 및 외식산업과 결합된 FEC(Family Entertain Center)는 국가마다 특성 있는 모습으로 이미 대중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또 일명 싱글로케이션이라 불리는 게임 제공 형태는 카페나 대형마트·백화점 등에서 새로운 흥미와 수익을 창출하는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이렇듯 아케이드게임은 그저 단순한 게임이 아닌 다양한 공간 속에서 게임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과 유기적인 요소를 결합하고 창출할 수 있는 복합적이고 거대한 비즈니스 영역이다. 즉 아케이드게임 하나의 완성과 성장은 연관된 다양한 카테고리의 산업도 동반 상승시킬 수 있다.
굳이 국내 게임산업의 도약과 게임 강국 진입이라는 거창한 관점이 아니더라도 늘 쳇바퀴처럼 맴돌며 몇 가지 이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아케이드게임산업의 현실에서 볼 때, 앞으로 보다 폭넓은 주제와 이슈로 많은 사람과 얘기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