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차량용 블랙박스의 개념은](https://img.etnews.com/photonews/1002/201002260128_26040816_1144711575_l.jpg)
요즘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차량용 영상기록장치 덕분에 책임소재를 둘러싼 시시비비를 가리기 쉬워졌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차량용 영상기록장치는 시중에서 흔히 영상 블랙박스라는 명칭으로 시판되는데 크고 작은 사고를 경험해 본 운전자 층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나는 주행 영상을 기록하는 영상기록장치와 차량정보를 기록하는 블랙박스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차량용 영상기록장치는 차량에 일정 이상의 충격이 오면 전후 30초가량의 동영상을 기록하는 장치로서 일본에서는 드라이브 캠 또는 드라이브 리코더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반면에 차량용 블랙박스는 자동차 엔진과 조향장치에서 나오는 모든 정보(엔진 회전수, GPS 정보, 브레이크, 가속페달, 조향각도, ABS 작동 여부 등)를 상시 기록하는 장치를 말한다. 따라서 블랙박스의 운행정보를 분석해보면 언제 어떻게 운전을 했는지 영상정보를 제외한 모든 정황을 유추할 수 있다. 국내서는 언론매체에서 블랙박스와 영상기록장치 두 가지 개념을 혼돈해서 블랙박스라는 표현을 사용함에 따라 고객에게 적잖은 혼란을 주고 있다. 시중에서 20만∼3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자칭 블랙박스란 제품은 영상기록장치일 뿐이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영상정보는 사고 규명에 중요하지만 결코 만능은 아니다. 엔진의 ECU와 연결된 진짜 블랙박스 장치와 차량용 영상기록장치가 접목해야만 진정한 의미에서 운전 상황의 완벽한 재현이 가능하다. 많은 고객이 두 제품의 차이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일부 회사들은 얄팍한 상술을 쓰기도 한다. 운전기사들에게 차량용 블랙박스가 법제화된다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면서 실제로는 차량용 영상기록장치를 판매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나는 주요 언론사들이 너무 쉽게 영상기록장치를 블랙박스라고 소개하면서 독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본다. 차량용 영상기록장치가 막연한 블랙박스보다 다소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차량용 영상기록장치란 용어를 쓰지 말고 사고 영상 저장장치라고 부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앞으로 언론매체는 블랙박스와 영상기록장치를 구분해서 전달할 필요가 있다.
이진연 PLK테크놀로지 이사 offroad119@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