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VD)가 주로 LCD기업이 해왔던 백라이트유닛(BLU) 자체 생산라인 건설을 추진한다.
협력사로부터 부품을 구매해 조립하는 세트업체가 LCD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셈이다. 필수 부품을 직접 조달해 협력사와 ‘공급망관리(SCM)’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VD사업부는 중국 톈진 생산법인에 TV용 BLU 제조라인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기는 유동적이나 연내 공장 건설을 마무리하고 LED TV용 BLU 생산에 착수할 예정이다. VD사업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도 수원에 BLU라인 3기를 건설, 40·46·55인치 등 LED TV용 BLU를 직접 생산하고 있는 것도 새로 확인됐다.
파브 등 TV를 제조·판매해온 VD사업부가 BLU를 직접 생산하기로 한 것은 LCD사업부 등 LCD 모듈 협력사와의 판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다. BLU는 LCD 모듈 원가의 30% 안팎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BLU 하나에만 수백개에 달하는 1·2차 협력사가 연결돼 직접 생산하게 되면 LCD사업부가 통제하는 공급망을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생산량이 적더라도 원가와 기술을 모두 파악할 수 있어 LCD 모듈 구매 가격 인하 측면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된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발광다이오드(LED) 전문업체인 루멘스에 200억원을 투자할 때에도 LCD사업부가 아닌 VD사업부 단독으로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BLU용 부품인 LED는 SCM 측면에서 LCD사업부가 투자하는 게 더 적합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현상이다.
특히 LED TV·3DTV 등 신규 애플리케이션이 속속 등장하면서 BLU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어 앞으로 VD사업부의 투자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LED TV는 BLU 광원이 LED라는 점을 제외하면 패널 측면에서 기존 LCD TV와 큰 차이가 없다. 그만큼 LED BLU의 경쟁력이 TV 세트의 품질을 좌우한다.
3DTV용 LCD도 응답속도가 빨라지면서 BLU 밝기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졌다. 응답속도가 빨라지면 BLU에서 나온 빛이 패널을 통과하기가 어려워 더 밝은 빛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BLU용 부품·소재업체와도 직접 교류하며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솔LCD·태산LCD 출신 임원도 영입해올 만큼 BLU 자체 생산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최근 1∼2년간 여러 계열사 혹은 여러 사업부가 경쟁한 중복사업을 효율성 차원에서 정리해온 추세와 동떨어진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