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제품 인지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국기업들이 세계 리더로 발돋움한 것에 경이적이라는 평가다.”-김홍락 주볼리비아 대사
“(한국산이) 휴대폰 시장의 50% 이상 점유하고 있고, LCD TV도 시장을 장악했다.”-김한수 주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
최근 개최된 ‘재외공관장-기업인 상담회’에 참석한 해외 주재 대사들의 현지에서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응이다. 개발도상국, 후진국에까지 ‘IT대항해 시대’가 본격 개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IT대항해의 시발은 ‘한국산(Made in Korea)’ 브랜드 파워가 금융 위기 이후 크게 높아진 것과 함께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것이 단순히 선진국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오히려 신흥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 더 강하게 다가왔다.
전문가들은 이제 중소·벤처기업도 과감히 개도국과 후진국으로 시선을 확대하라고 제안한다. IT대항해 시대를 맘껏 누리라는 주문이다. 이미 개척된 시장에 대해 ‘쫓아가기형(Catch-up) 전략’을 펼쳤다면 앞으로는 ‘선도형(Trend-setter) 전략’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전략은 비록 초기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선점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다.
올해가 이 같은 변화의 가장 적절한 시기라는 견해다. 이유는 경기 회복 흐름이다. 올해 선진국 경기 회복이 기대되고 있지만 그 폭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올해까지는 부진을 면하기 힘들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선진국 경제는 1% 중반의 완만한 회복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석태 SC제일은행 상무는 미국을 일례로 “작년 말 경기 상승은 일시적 회복으로 봐야 한다”며 “본격적인 회복은 소비가 살아나야 하며 그 시점은 내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반해 브릭스(BRICs)로 대변되는 신흥 개도국의 상황은 다르다. 중국이 올해 10% 가까운 고성장을 점치고 있는 가운데 인도·브라질도 7%대와 4%대의 비교적 견고한 성장이 예상된다. 금융 위기 타격을 크게 받아 올해 2%대 성장이 예상되는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주요국 모두가 높은 성장세를 구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후진국 전망은 더 밝다. 금융산업이 발달하지 않았던 것이 금융에서 시작된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
이 같은 상황은 분명 우리 수출기업에는 기회다. 외신에서도 극찬했듯이 우리나라는 지난해 글로벌 금융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그 저력으로 지금은 새로운 도약을 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등 주변 경쟁국들이 우리나라 견제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 이유다.
필요한 것은 철저한 사전 준비다. 우리에게 멀게 느껴지는 나라일수록 그들만의 상관습을 이해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에 맞는 적절한 마케팅 전략을 펼쳐야 한다. 대표적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경우 현지 문화에 대한 존중과 함께 ‘한국산’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적극 알리라는 주문이다.
KOTRA는 최근 ‘중동·북아프리카 시장 한·중·일 수출 품목 경쟁 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점유율을 확대하는 중국산으로부터 우리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위한 대안으로 각 전략별 영문 이니셜을 딴 KORAN을 제시했다.
K는 ‘한국(Korea)’으로 가격 대비 고품질인 한국산 제품의 강점을 적극 알리라는 주문이다. 한국산은 조악한 품질의 중국산과 고가의 일본산에 비해 가격 대비 품질 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 상류층을 중심으로 ‘겉치장·과시(Ostentation)’를 즐기는 습관도 적극 공략하라는 제안으로 프리미엄 상품이 통할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이슬람 문화 존중(Religion)’ ‘유능한 에이전트(Agent)’ ‘틈새시장(Niche)’ 등도 꼽았다.
특히 산유국이 많은 이들 지역에서는 탈석유 시대를 위해 IT·환경·교육 등 신성장산업에 관심이 큰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할 것을 강조한다. 실제로 KOTRA가 올 초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된 ‘고등교육 국제전시회’에 마련한 한국관에 참여한 e러닝업체들은 큰 호평을 받았다. 이관석 리야드 KOTRA 코리아비즈니스센터장은 “사우디는 e러닝 열풍이 불고 있다”며 “앞으로 10년간 24억달러를 투자해 3만2000개 초·중·고를 스마트 IT시스템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으로 한국의 IT 강점을 활용한다면 거대 중동 e러닝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IT 시장도 ‘폭발적 성장’이 기대된다. 최근들어 아프리카 각국이 IT 보급 확산의 일환으로 통신사업자에 시장 개방과 함께 민영화를 진행 중이다. 특히 외국기업의 투자를 통한 IT 인프라 구축에 관심이 크다. 하지만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가 여전히 후진적이어서 정공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무역협회는 지난해 발표한 ‘아프리카 IT 시장 현황과 진출 방안’ 보고서에서 현지 IT 시장 진출은 건설 등 타산업과의 연계를 통한 ‘빅딜형’ 사업 전개와 공적개발원조(ODA) 등의 방식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 영향권에 있는 중남미 시장에서는 차별화된 ‘기술’과 ‘마케팅’이 필수다. 중남미 시장은 이미 전 세계 주요 대기업들이 선점했다. 이는 소비자들도 제품에 대한 선별력이 뛰어난 만큼 기술과 마케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척이 쉽지 않다. 이의 예로 지난해 말 브라질 현지 유력 일간지에 소개된 ‘한국 대기업들이 브라질 시장을 선도한다’는 기사를 참고할 만하다.
기사는 삼성·LG전자가 오랫동안 현지 시장을 장악했던 필립스·도시바 등을 제쳤다며 그 비결로 ‘우수한 품질의 제품, 지속적인 기술 개발 투자’를 들었다. 지난달 브라질 상파울루 KOTRA KBC가 내놓은 ‘한국, 브라질의 6위 수입 대국으로 부상’ 보고서에서도 “지난해 브라질 수입이 26% 감소했음에도 한국 제품 시장 점유율은 가장 높이 상승했다”며 이의 배경으로 “투자 확대와 공격적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지금 전 세계 곳곳이 우리의 IT 신대륙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IT대항해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이들 신시장은 물론이고 우리 기업만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금융 위기 극복 과정에서 브랜드 프리미엄을 톡톡히 얻어냈다. 업계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시장 개척 노력 그리고 정부의 과감한 지원은 우리가 ‘위기 후(Post-Crisis) 미래시장 개척’에서도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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