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매출 10조원에 도전”

올해 신사업 중심으로 20∼30% 성장 확신

“가전 매출 10조원에 도전”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LG전자 가전사업을 총괄하는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 이영하 사장은 목이 착 가라앉아 있었다. 지난달 터진 ‘드럼세탁기’ 사고와 관련해 발빠르게 안전 대책을 발표하며 한숨을 돌렸지만 여전히 상기된 목소리였다. 이 사장은 “가전 제품에서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사고를 예방하는 확실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별 탈없이 큰 고비를 넘겼지만 사건 전후로 며칠 동안 LG전자는 비상 체제였다. 다행히 신속한 대응이 오히려 LG 브랜드 신뢰를 더 높이는 기회로 작용했다. 지난달 18일 드럼세탁기 안에서 아이가 질식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LG는 5일도 채 지나지 않은 23일 오전에 종합 대책을 발표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19일 오후에 긴급 대책반을 꾸렸습니다. 대책반에는 창원에 있는 세탁기 사업부와 서울 본사 홍보, 대외협력, 법무, 한국영업 등 유관 부서 관계자가 모두 모였습니다.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데는 영상회의가 큰 몫을 했습니다.”

LG전자는 당시 제품 결함은 아니지만 고객 안전이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자발적 리콜’과 ‘안전 캡’ 배포를 모두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남 부회장은 여기에 “안전 캡을 제공하고 리콜을 한다고 해서 더 이상 사고가 발생하지 않느냐”며 보다 근원 대책을 지시했다.

이 사장은 100년 가까운 드럼세탁기 역사를 가진 유럽 시장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해답은 사회 전반에 탄탄하게 뿌리내린 사회 안전 교육이었습니다. 가령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때 헬멧 쓰는 법을 먼저 배우는 식입니다. 유럽은 이런 안전 교육이 몸에 배 있습니다. ”

그는 “앞으로 학교·유치원뿐 아니라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을 통한 온라인 캠페인도 병행해 드럼세탁기 안전사고 예방에 앞장 서겠다”고 강조했다.

LG전자 가전 부문은 세탁기 사건으로 ‘액땜’을 톡톡히 치렀지만 올해 신사업을 중심으로 20∼30% 성장을 확신했다. 지난해 매출 9조5000억원을 올린 가전 부문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환율이 변수지만 20% 이상 성장을 낙관하고 있습니다. 연초 생산라인을 풀 가동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습니다.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LG 드럼세탁기는 올해 유럽에서 처음으로 프리미엄 브랜드 대명사인 ‘밀레’를 판매 점유율 면에서 앞질렀다. 밀레는 100년 전통을 가진 유럽의 가전 명가. LG전자는 올해 초 선보인 11㎏ 대용량 제품을 앞세워 밀레를 제쳤다.

“단기간이지만 밀레를 앞지른 건 처음입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세탁기 글로벌 매출 기준으로 1위인 월풀도 앞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식기 세척기·정수기·안마의자·상업용 세탁기 등 신사업에도 20∼30% 성장을 낙관했다. 지난해 진출한 정수기 사업은 이르면 올 상반기부터 인도를 시작으로 해외에도 진출한다.

이영하 사장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재도약을 위해 생산·품질·조직 면에서 체제를 정비하는 즉 ‘몸을 만드는 시기’였다”며 “올해부터는 이를 기반으로 실제 성과가 나오는 해가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