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품기업들이 IT대항해 시대를 맞아 세계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LG이노텍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현지화 전략을 마련하고 전세계에 생산 기지와 판매거점을 확보,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 지역에는 국내와 버금가는 생산 시설을 맞추고 중국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중국에 8세대 LCD 공장을 짓기 위해 중국정부에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예전에는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중국을 진출했다면 이제는 거대 소비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세계화 전략은 대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오디오칩 전문기업인 펄서스테크놀로지는 해외 유수의 기업들과 제휴해 오디오 표준을 주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 회사는 기술 제휴를 위해 퀄컴사로부터 4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IT대항해 시대는 단순히 글로벌 전략만으로 승자가 될 수 없다. IT대항해 시대에 걸맞는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의 경우 올해 전년대비 2배 이상 증가한 1조1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키로 했다. LED 분야의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삼성전기 역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PCB 등에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일본 기업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갖추기로 했다. MLCC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무라타, 교세라 등 일본 기업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삼성전기는 이 분야에서 2위의 기업으로 발돋음했다. 이미 세계의 교역장벽이 없어진 지금 우리나라 부품 기업들은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빠른 결정, 과감한 투자, 신속한 고객 대응은 IT 대항해 시대 우리 부품 기업들의 큰 자산이다. 그렇다고 자만해서는 안된다. IT 대항해 시대는 해외 어느 기업에게나 같은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