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대항해시대]닻을올려라(3)-KOREA 골든타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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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출 품목이다. 이 3대 제품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중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그동안 전 세계에 한국의 이름을 알리고 무역수지를 개선하며, 국내총생산(GDP)를 높여 국가 경제를 풍요롭게 만든 으뜸 효자 제품이다. 올해도 이들 3대 제품과 가전·컴퓨터까지 포함한 5대 IT 주력 품목은 우리나라 수출의 40%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제품이 오늘날의 성과를 이뤄낸 데에는 지난 30여년간 ‘기술 자립’ ‘수출 강국’을 목표로 산·학·연, 민·관이 합심해 피나는 노력을 벌여온 결과라 볼 수 있다. 원천 기술이라고는 전혀 없었던 1980년대초 ‘일본을 따라 잡겠다’는 일념 하나로 메모리 개발에 나섰던 역사적 도전이 10여년만에 D램 1위라는 성공 신화를 이뤄내면서 우리나라의 IT 수출 드라이브는 본격화했다.

 반도체 수출에서 경험한 ‘기술 자립→경쟁력 갖춘 대량생산 체제 구축→시장 1위 달성→차세대 기술력 확보’의 성공 프로세스를 디스플레이·휴대폰 등에 적용하면서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수출 품목도 확 늘어났다. 성공 DNA가 다른 품목으로 복제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우리나라 IT 수출은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와 환율의 불안정한 상황은 수출 기업들을 호시탐탐 위협하고 있고, 주력 품목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가격 경쟁력으로 소구했던 제품군은 기술력을 확보하고 값싼 노동력을 내세운 중국과 대만이 빠르게 뒤쫓아오고 있고, 선진 IT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이 달라지면서 그간의 노하우가 잘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반도체와 휴대폰. 반도체의 경우, 이미 대만과 중국이 과감한 투자로 나노미터급 미세회로공정과 300㎜ 양산 기술을 확보해 턱 밑까지 뒤따라왔다. 이같은 진행 속도라면 디스플레이 분야도 반도체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휴대폰과 컴퓨터 등은 소비자들의 트렌드가 확 바뀌었다. 값이 비싸더라도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나만의 기능을 추가하는 맞춤형 제품, 언제·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해 정보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형 IT기기에 대한 선호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이폰과 아이패드다. 아이폰의 경우, 앱스토어라는 애플리케이션 장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휴대폰 개념을 접목해 출시 2년만에 휴대폰 시장의 부동의 1위 노키아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아이패드 역시, 휴대폰과 컴퓨터의 중간 단계에서 새로운 복합정보단말기의 시장을 열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정부와 우리 산업계는 IT대항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수출 전략을 짜고 있다. IT시장의 변화 추이에 발맞춰 △기존 수출 주력제품 고도화 △전통 수출품목에 IT 접목 △융·복합 신성장 제품 개발 등이 주된 골자다.

 기존 수출 효자품목인 반도체는 민·관이 함께 차세대 메모리 연구개발(R&D)을 추진한다. 메모리 개발 기업들간 공동 협력을 유도해 후발 경쟁국과의 격차를 확대한다. 또 취약한 시스템 반도체를 집중 육성해 균형잡인 산업 구조와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디스플레이는 앞선 기술력을 내세워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상용화하고, OLED 증착 장비를 개발해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로 했다. 휴대폰은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앞서 개발해 새로운 시장 창출에 나서기로 했다.

 전통적 수출 효자품목인 자동차 분야에는 IT기술을 접목해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를 내년과 후내년에 각각 양산하기로 했다. 수출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완성차와 부품업체가 동반 성장해야한다는 계획 아래, 공동 프로젝트에 각종 자금도 지원할 계획이다. 조선 분야에도 IT가 접목된다. 해양 플랜트와 LNG선 개발에 IT를 접목하는 연구개발(R&D) 작업이 이뤄진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상용화 작업이 이뤄진다.

 정부는 △녹색성장 △첨단융합 △바이오 등을 집중할 신성장동력 분야로 규정하고 총 17개의 세부 품목을 정했다. 이를 위해 약 6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민간과 함께 조성, 올해부터 자금 지원에 나선다.

 녹색성장 분야에는 신재생에너지, 탄소저감에너지, LED 응용, 그린수송시스템 등이 세부 품목이며 149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첨단융합 분야에는 IT융합, 방송통신융합, 로봇, 콘텐츠·소프트웨어, 신소재·나노 융합, 바이오·의료기기 등이며 3750억원이 배정됐다. 바이오 분야에는 바이오제약 및 의료기기 등에 7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특히 그린수송시스템, 로봇, 바이오제약·의료기기, 신소재·나노융합, LED, 콘텐츠·소프트웨어 등은 개별 전문 펀드도 조성이 가능하다.

 이같은 투자는 올해부터 가시적 성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됐다. LED 핵심장비의 경우, 국산화율이 10%에서 20%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서비스로봇의 생산규모도 지난해 905억원이던 것이 1177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상파DMB 장비의 국산화율도 30%에서 45%로 늘어나 수출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청정에너지원인 태양광 발전의 기술 수준도 55%에서 70%로 확대될 전망이다.

 IT수출의 근원적인 경쟁력을 기르기 위한 소프트웨어(SW) 분야 경쟁력 강화 방안도 본격 추진된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SW강국 도약 전략을 바탕으로 수출 경쟁력을 가진 제품군을 선정하고, 해외 지역별로 선단을 꾸려 본격적인 시장개척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개발도상국을 겨냥한 전자정부 솔루션이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고 인터넷 게임, 모바일 솔루션, IT교육솔루션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외에도 유·무선 초고속인터넷, 와이브로, 지상파DMB, IPTV 등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복합 상품도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임채민 지식경제부 차관은 “IT를 기반으로 융합하는 신성장동력에 대한 세부 계획이 완료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자금이 투입되고, SW강국도약 전략을 바탕으로 한 차세대 SW 개발이 이뤄지면 IT수출의 경쟁력이 제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