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대항해, 이제부터 시작이다.’
15세기 초 유럽의 배들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항로를 개척하고 탐험과 무역활동을 벌이는 대항해시대(大航海時代)를 열어젖혔다.
서로 떨어져서 살아가던 각 대륙 문명은 15세기 유럽에서 대항해 시대가 시작되면서 결정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때부터 세계 각 지역 사람들은 상호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지금까지 독립적으로 발전해 온 각 지역의 개별 역사는 하나의 세계사의 흐름 속에 녹아들었다. 항해술·조선기술로 무장한 유럽은 대항해 시대를 열면서 세계 경제·정치 질서를 흔들어 놓는다.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정복에 나서며 세계의 부를 장악해 버린다.
6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나라 IT산업은 안방에 머물지 않고 세계시장을 개척하는 대항해시대에 나서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계는 올해 변화와 혁신을 통해 미래의 글로벌 리더로 도약한다는 중장기 전략을 마련했다. 변화를 따라가는 전략으로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없고 현 위치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통신·방송업계도 IT대항해시대에 앞장서고 있다. 통신업계는 음성통화 중심의 틀을 벗어 던지고 통신에 기반을 둔 서비스·지식 산업 혁명기를 준비하고 있다. 방송 분야 역시 종편 채널의 등장과 인터넷·모바일 등 뉴미디어의 활용 등 대항해의 파고가 한층 높아진 상황에서 글로벌 미디어로의 도약을 위한 전면적인 체질개선에 나선다.
정부도 IT 대항해 시대에 발맞춰 두가지 방향으로 국가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첫째는 휴대폰, 반도체 등 IT제조업과 SW산업, 그리고 방송통신서비스 등 IT 자체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인간과 인간의 소통에 머물러왔던 IT를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간의 소통이 가능하도록 발전시키고 있다.
둘째는 IT가 독자적인 ‘부문(sector) 산업’을 넘어 산업 전부문의 인프라 또는 생산요소로서 활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즉 IT가 전통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 등 다른 산업들에 녹아 들어가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핵심요소가 되도록 하고, 스마트그리드와 같이 범지구적 이슈로 등장한 녹색성장·에너지 등의 과제를 해결하는 조타수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IT가 국가 제1의 핵심전략이자 경제·사회 전반의 인프라로서 향후의 국부(國富)와 국격(國格)을 결정하는 요소다. 또한 e러닝과 IPTV 등을 통해 학생들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학습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등 사교육비 문제, 저출산 문제 같은 우리 사회의 주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 역할도 IT산업이 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된지 짧은 시간만에 IT·정보화 강국이 됐다. 그 밑바탕에는 역동성과 개척정신이 녹아있다. 바로 15세기 유럽국가에 휘몰아친 대항해시대를 이끈 정신이다. 이제 이같은 정신을 바탕으로 한국의 IT산업은 미지의 땅, 미지의 기술, 미지의 산업을 개척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이 IT대항해시대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세계는 또다시 IT의 등장으로 새로운 대항해시대가 열리고 있다. 대항해 시대에 항해술과 조선기술이 새로운 세계질서의 키워드라면, 지금은 IT가 세계 부의 질서를 재편할 핵심 변수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는 지금을 IT대항해시대로 규정한다. 기업이 국가보다 커지는 새로운 대항해 시대, IT로 세계가 통합되고, 새로운 시장과 산업이 형성되는 시기다.
IT는 각 산업 선단에 서서 모든 분야를 융합하며 거대한 IT혁명을 이끌고 있다. 지금의 IT를 중심으로 하는 융합은 새로운 산업 발전을 폭발시기 위해 빠르게 타영역으로 확산하며 새로운 미발견 산업을 개척중이다.
IT산업의 고용 유발 효과는 생산액 10억원당 5.1명으로 조선산업(4.2명), 자동차(3.7명), 철강(1.7명) 등 전통 제조업에 비해 높다. NHN과 삼성전자의 연평균 고용 증가율이 50.3%. 9.7%에 달할 정도로 IT산업은 매력적인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있다. 특히 IT와 타산업의 융합분야에서도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 다양한 기술 중심의 1인 창조기업과 앱스토어, T스토어와 같은 휴대폰 공개 애플리케이션 장터도 IT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새로운 IT전략을 통해 청년일자리 창출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의 역동성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대항해시대에는 포르투갈의 항해왕자 엔리케가 대항해 시대를 열었다.이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바르톨로뮤 디아스, 바스코 다 가마, 페르디난드 마젤란, 제임스 쿡 등이 대양을 누비며 신천지를 개척했다. 이들을 공통적으로 통과하는 정신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개척정신이었다. IT대항해시대에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벤처정신이 필요하다. 해외시장에 대한 개척정신, 새로운 비즈니스 발굴, 굴복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이다.
창업하는 기업이 늘면 실패하는 기업도 많다. 하지만 대수법칙에 따라 국가적으로는 이익이 된다. 학습하는 실패, 도전하는 실패를 장려해야 하는 이유다.
이민화 중소기업호민관은 “부분 실패를 통해 전체가 성장하는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며 “도전 정신은 실패를 지원할 때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 주도 경제를 위해서는 실패를 지원하는 패러다임으로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IT는 새로운 경제 영토를 만들어낸다. IT는 물리적 경계는 물론 가계와 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도시와 농촌 등 영역간 경계도 완화시킨다. 또 생산자이면서 소비자인 프로슈머(Prosumer)의 등장과 같이 경제 주체간 경계도 허물면서 IT는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IT를 통해 우리의 경제적 영토를 넓힐 수 있도록 국민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대항해 시대는 르네상스의 신기술과 사상의 영향을 매우 깊게 받았다.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부분은 지도학, 항해, 화력, 조선 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럽 서쪽으로 항해해서 아시아로 가고 싶어했다. 가장 중요한 발전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카락과 캐러벨이 발명된 것이다. 이 배들은 중세 유럽의 범선을 기초로 하여 지중해, 북유럽 선박의 혁신적인 점과 아랍적인 부분을 추가했다. 그리고 지중해를 떠나 대서양으로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최초의 배였다.
새로운 IT기술을 바탕으로 최근 신기술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가 세계 시장 단위로 바뀌고 국가간, 기업간, 기업간, 또는 제휴기업 그룹 간 기술표준 경쟁도 치열해졌다. 글로벌화의 가속으로 소수의 세계적 표준만 생존하는 시대로의 변화가 급진전됐다. 선진국의 기술패권주의 극복을 위해 장기적으로 핵심 원천 기술 개발과 확보에 집중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