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위기 여파로 주춤했던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과거 런던과 뉴욕, 홍콩 등 국제금융허브에 산발적으로 진출한 것과 달리 홍콩을 투자은행(IB) 거점으로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지역으로 체계적으로 외연을 넓히는 모습이다. ’두바이 사태’ 등으로 불안감이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오일머니’가 풍부한 중동도 매력적 진출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시장 개척…“서쪽으로..”=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이달 중 카타르 금융기관과 전략적 제휴를 맺을 계획이다. 또 우리금융지주 차원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금융기관과 제휴도 추진 중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IB 사업부에 중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중동 진출 전략을 짜 왔다. 지난 1월 말에는 인도 금융회사인 ’아디트야 비를라(Aditya Birla) 파이낸셜서비스’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인도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조만간 5억달러 규모의 공동펀드 조성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특히 중동과 말레이시아 등 이슬람 금융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수쿠크(Sukuk.이슬람채권) 발행을 위해 말레이시아 이슬람 율법학자를 영입하고 이슬람금융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주 국회에서 이슬람금융 관련 개정 법안 통과가 무산됐지만 법안이 처리되는 대로 이슬람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국물 수쿠크를 발행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채권을 발행해 오일머니를 유치하는 것뿐 아니라 이슬람 금융시장 자체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플랜트 수출 등 교역 규모도 작지 않아 장기적으로 진출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동남아 금융시장 격전 예고=동남아시아 지역도 격전이 벌어질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베트남에는 상당수 증권사가 진출한 상태로, 우리투자증권은 작년 9월 베트남 현지증권사인 비엔비엣증권(CBV)을 인수한 데 이어 조만간 자산운용사인 탐롱메리츠투자신탁 지분을 사들일 예정이다. 베트남 호찌민에 사무소를 둔 한국투자증권도 현지 증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달 중 호찌민사무소 인가를 받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
자본시장 발전이 미약한 캄보디아와 라오스에도 진출 경쟁이 치열하다. 대신증권은 2008년 캄보디아 현지 재벌인 로얄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라오스 민간 그룹인 코라오그룹과 제휴했다.
앞서 작년 10월에는 IBK투자증권이 라오스 기업공개(IPO) 시장에 뛰어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도 금융사들의 진출이 몰리는 곳이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하나은행 등이 인도네시아 진출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증권사들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IB 사업은 홍콩 중심”=IB 사업은 단연 글로벌 금융허브인 홍콩이 거점이다. 중국 시장으로 가는 관문으로 홍콩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야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동양종금증권은 지난달 홍콩 현지법인 인가를 받아 아시아권 사업에 들어갔으며, 하나대투증권은 상반기 홍콩 당국으로 현지법인 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1천만달러 규모인 홍콩 현지법인 자본금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삼성증권도 홍콩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 삼성증권은 작년 8월 홍콩에서 IB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현지 법인을 출범시켰다. 우선 홍콩 사업을 조기에 정착시키고 나서 대만과 중국, 싱가포르는 물론 인도까지 거점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우리투자증권은 동남아 지역의 IB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선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