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바이러스에서 배우는 도리

 최근 바이러스가 감염시킨 세포에서 어떻게 복제하고 어떻게 급속히 확산되는지가 세계 최초로 카메라에 잡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하나의 세포가 특정 바이러스에 의해 이미 감염되면, 그 바이러스는 세포막에 액틴이란 단백질을 표시해, 다른 바이러스가 진입하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다른 바이러스들이 이미 점령한 세포에 들어 오려고 하면, “내가 이미 점령해 감염시킨 세포니 더 이상 들어 오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라”는 메시지를 주는, 기가 막히게 멋있는 메커니즘이다.

 2010년 1월 사이언스 익스프레스(Science Express)에 발표된 이 연구 결과는 바이러스의 복제 속도는 느린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확산되는지를 규명하였을 뿐만 아니라 향후 이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바이오적, 의공학적 전략이 개발되면 여러 병을 유발하는 여타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데도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의료적, 바이오적 성취도 놀랍지만 이 연구 결과를 통해 한갓 바이러스에서조차 무언가를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바로 ‘욕심’에 관한 메시지다.

 바이러스(Virus)란 말은 ‘맹독’이란 뜻을 가진 영어 단어에서 유래했다. 감기뿐 아니라 간염, 뇌염, 사스에서 에이즈에 이르기까지 인간을 위협하는 각종 질병들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한다.

 세균보다도 크기가 작아 구조도 극히 간단하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고 단백질을 합성할 수도 없다. 때문에 바이러스가 눈을 뜨는 것은 세포를 감염시켰을 때다. 세포가 감염되면 바이러스는 감염된 세포의 유전자에 자기 유전물질을 끼워 넣어 복제하고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말하자면 설계도만 갖고 남의 공장에 잠입하고는 그곳의 기계와 원료를 이용해 자기 제품을 만드는 셈으로 쉽게 말하면‘도둑’이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연구 결과를 보자면 이런 도둑조차도 어떤 도리를 지키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생물, 하등동물조차 필요 없이 남의 것을 빼앗으려는 움직임을 배제하려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데 그에 비해 우리 인간은 어떠한가 하는 생각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과학자, 연구자에게‘욕심’은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좀 더 나은 것을 발명하겠다는, 우주우의 신비를 규명하겠다는 의지, 생명의 신비에 한발 더 다가겠다는 생각, 그런 것이 따지고 보면 다 욕심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욕망의 산물이 아닐까.

 그러나 사람들은 필요 없는 욕심에 사로잡히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단순히 남이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남의 것을 탐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바이러스를 보고 나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차원용 아스팩미래경영연구소장 wycha@StudyBusin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