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아이폰 신드롬과 대한민국의 미래

[미래포럼]­아이폰 신드롬과 대한민국의 미래

 아이폰의 등장은 하드웨어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보통신 및 전자 업계의 등골을 서늘케 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륙은 늦었지만 아이폰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애플의 야심 찬 전략의 그 편린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 말 PC를 처음 만들 때부터 스티브 잡스는 그 것이 가져올 세상의 변화에 대해 주목했다. 타 회사들이 PC를 값싸게 만드는 데 골몰할 때 그는 사람들이 쓰기 쉽고 친밀하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을 추구했다. 사람들 모두가 불편하게 여기는 명령어를 키보드로 입력하는 대신 마우스 입력방식을 고안해 남녀노소 PC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꿈에 대한 집착 때문에 PC 시장에서 고전을 한 그는 애플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꿈은 버리지 않았다. 몇년 후 새로운 서버컴퓨터인 넥스트를 만들고, 디지털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회사인 픽사를 인수해 배우 없이 사무실 안에서도 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컴퓨터가 정체성을 잃고 어려움에 처하게 되자 다시 최고경영자로 영입돼 여러 가지 혁신적인 디자인과 비즈니스 모델 제품들로 제2의 전성기를 열고 있다. 반면 매킨토시컴퓨터의 사용자환경(UI)를 모방해 PC 업계를 평정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히려 지난 10년간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맥 시리즈나 아이맥 등의 하드웨어에 대한 혁신적 디자인만 가지고는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에서 깨어나서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이뤄지는 모든 행동과 그 과정에서 수행하게 되는 비즈니스 방법이나 콘텐츠를 활용하고 즐기는 행위를 망라할 수 있는 플랫폼과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을 내놓게 된다. 아이팟 시리즈와 그 안에 심은 아이튠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누구나 원하는 콘텐츠를 다운로드하고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처음에는 음악이나 동영상, 비디오 등이 주류였다. 이후 미국 명문 대학들과 협의해 캠퍼스 안에서 이뤄지는 명교수들의 강의록을 무료로 제공되면서 전세계인의 지적 욕구를 채워주는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변모했다. 상아탑에 안주하던 전세계 교수들의 틀에 박한 강의록도 바꾸어 놓았다. 이런 획기적인 콘텐츠 유통과정에서 전세계 모든 콘텐츠 생산자들이 애플과 이익을 배분할 수 있는 분배체계가 생겨났고, 침체를 면치 못했던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이 혁신적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맞았다.

이 성공적인 사업모델은 휴대폰(스마트폰)으로 번졌다.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은 전세계인의 생활상을 바꿔놓았다. 우리나라 업체가 만든 최고급 휴대폰이 줄 수 없었던 새로운 만족을 제공했다. 고객의 니즈와는 상관없이 제조사의 입맛에 맞게 하드웨어와 서비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관행에 젖어있는 우리나라 정보통신 환경에선 정신이 번쩍 들만한 사건이다. 그러나 아직도 혁신에 배가 고픈 스티브 잡스는 새 태블릿PC 아이패드를 준비 중이다. 또 다른 혁신제품 아이티비(i-TV)에 대한 소문도 들린다.

경쟁은 지금부터다. 지금까지 하드웨어의 진화가 경쟁의 주무대였다면 앞으로는 누가 인류3.0 키워드에 맞는 새로운 네트워크 시대를 열 것인가가 핵심 포인트다. 그 속에선 혁신적인 패러다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플랫폼 제공자가 승자가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을 모방하는 차원이 아닌 창의력을 갖춘 인재가 힘을 얻게 해야 한다.

이제호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jeho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