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세트업체와의 거래 금액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부품업체 A사는 1분기 매출이 당초 예상치보다 10% 이상 떨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유로화로 결제를 했는데, 원·유로 환율이 3개월 새 10% 이상 하락해 환차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A사 사장은 환율 예측이 어려운데다 오랜 고객에 대해 결제 수단을 갑자기 바꿀 처지가 아니어서 이래저래 고민이 깊다.
국내 부품업체들이 출렁이는 환율 때문에 또한번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환율 급등에 따른 키코 사태를 경험한 부품업체들이 환 헤지에 손을 놓은 사이 급락한 환율로 앉아서 이익을 까먹고 있다.
유럽 세트업체와 거래하는 부품업체들의 타격이 크다. 이들 업체는 그동안 미국발 금융위기 영향으로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수혜를 봤지만, 올해 들어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 이후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유럽향 수출이 많은 부품 업체들은 환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일 기준으로 원·유로 환율은 1560.59원으로 3개월 전(1740.66원)에 비해 10.3%나 하락했다. 분기별로 유로화 결제를 받게 되면 환차손으로만 매출액의 10% 이상이 빠지는 셈이다.
원·유로 환율은 하락하는 데 비해 원·달러 환율은 안정세를 보여 유럽에 수출하는 업체의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원래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에서는 손해를 보지만 원자재 구입 등 수입에선 일부 수혜를 입는다. 그런데 부품업체들이 주로 구입하는 원유, 비철금속 등은 대부분 달러화로 결제된다. 부품 수출과 원부자재 수입 모두 손해를 보는 ‘샌드위치’ 신세다.
부품업체들이 키코 사태를 겪으면서 굳어진 ‘환파생 상품 학습효과’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지난해까지 키코 등 환 파생상품의 폐해가 부각되면서 신규로 환헤지 상품에 가입한 업체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노키아·소니에릭슨 등 유럽 업체와 거래하면서 유로화로 결제를 받은 부품 업체들은 몇 달 만에 수십억원의 환손실을 완충장치 없이 그대로 떠안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초에 부품을 선적하면서 45일, 60일, 90일 기간으로 대금 결제를 받게 돼 있다”면서 “그동안 유로화는 변동성이 적어 큰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전체 매출 중 일부는 환 헤지를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3개월 새 유로화 급락, 수입때도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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