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 포커스]스포츠카도 하이브리드 바람

[모토 포커스]스포츠카도 하이브리드 바람

 이번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스포츠카 회사들이 경쟁하듯 하이브리드 기술이 접목된 새 모델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출품된 차량 일부에는 콘셉트카, 혹은 연구용 차량이라는 단서가 붙기도 했지만 스포츠카 회사들 역시 자동차 업계를 끊임없이 압박하고 있는 친환경 차 개발 요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확인시켜주었다.

포르셰는 이번 모터쇼를 통해 SUV형 모델인 카이엔의 2세대 버전을 공개했는데, 5월부터 유럽에서 시판될 이 차에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구동계가 처음 적용된다. 3.0리터 V6 수퍼차지 엔진과 37㎾ 전기모터를 조합해 380마력의 합산 출력을 내고, 필요할 때는 모터만으로도 주행이 가능하다. 성능은 8기통 엔진 수준이지만 연비(유럽기준 12.2㎞/ℓ)는 6기통 수준일 정도로 효율적이라는 것이 포르셰의 설명이다. 포르셰는 4도어 세단형 모델인 파나메라에도 이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적용할 예정이다.

911이나 박스터 등 순수 스포츠카 모델에도 이를 응용할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함께 선보인 컨셉트카 ‘918 스파이더’를 통해 그 가능성을 암시했다. 918 스파이더는 운전석 뒤에 V8 가솔린 엔진을 얹었고 세 개의 전기모터가 이를 보조한다. 엔진으로 구동되는 뒷바퀴와 달리 앞바퀴는 각각의 모터가 구동을 맡기 때문에 4륜 구동 스포츠카라 할 수 있다.

엔진과 모터들의 합산 최고 출력은 718마력이나 되고 0-100㎞/h 가속에는 3.2초밖에 걸리지 않으며, 최고속도는 320㎞/h에 달하는 등, 포르쉐의 표현 그대로 ‘슈퍼스포츠’ 급의 성능을 가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차의 연비가 33.3㎞/ℓ나 된다는 사실이다. 918 스파이더는 리튬 이온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이용해 모터만으로도 움직일 수 있고 감속 때는 버려지는 에너지를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제동 에너지 회생장치를 갖추었다.

무게 균형과 핸들링, 주행 성능이 목숨과도 같이 중요시되는 고성능 스포츠카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접목할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늘어난 무게가 미치는 악영향이다. 페라리의 경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터 스포츠에서 얻은 노하우를 활용하고 있다. 페라리가 이번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인 ‘HY-KERS’ 차량은 양산 스포츠카인 ‘599 GTB 피오라노’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시킨 연구차량으로, 본래의 V12엔진을 보조할 수 있는 전기모터를 변속기 뒤에 추가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 등 구성품들을 바닥에 가깝게 배치해 무게 중심이 원래의 차량보다 더 낮아졌고 실내 공간이나 적재 용량 면에서도 손해를 보지 않았다. 무게 40㎏짜리 전기모터는 100마력 이상의 힘을 더할 뿐 아니라 차의 움직임을 능동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사용된다. 역시 상황에 따라서는 전기 차처럼 모터만으로도 주행이 가능하다.

로터스는 최신 스포츠카인 에보라에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탑재한 ‘414E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다. 이 차는 기존의 가솔린 엔진을 대신해 두 개의 전기모터가 각각의 뒷바퀴를 구동시키도록 했다. 하나의 모터가 내는 출력이 207마력씩이라 414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엔진도 탑재되지만 모터를 구동하는데 필요한 전기를 만드는 발전기 역할만 한다. 일단 외부 전원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면 출퇴근에 필요한 60㎞ 정도의 거리를 달릴 수 있고, 그 이상을 달려야 한다면 엔진을 가동시켜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시보레 볼트처럼 주행거리 연장 기능이 있는 전기차라 할 수 있다.

엔진은 1.2리터 3기통으로, 발전기 역할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가솔린 또는 알코올을 연료로 한다. 로터스는 소리가 없어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이 차를 위해 7단 변속기가 달린 스포츠카처럼 효과음을 내주는 기능도 마련했다. 이 가짜 엔진소리는 보행자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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