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습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골프 기량 향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운동으로서의 효과도 적기 때문이다. 연습장에서 볼을 때리는 것은 근육을 강하게 만들지도 못하고, 유산소운동도 아니다.
연습장에서 아무 생각 없이 기계처럼 볼을 때리면 나쁜 버릇이 순식간에 붙는다. 좋은 버릇은 6개월 동안 꾸준히 연습해도 숙달이 될까말까한데 나쁜 버릇은 단 한시간만에도 평생의 습관으로 남는다.
그렇다고 해서 연습장에 전혀 가지 않을 수도 없다. 몸도 풀어야 하고, 이론으로만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는 곳이 연습장이기 때문이다. 싱글 핸디캡 골퍼가 되려면 필요악인 연습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연습장에서 사용하는 볼은 연습장용으로 특별하게 만든 원피스 볼이거나, 골프 코스에서 찾아낸 분실구다. 원피스 볼은 원래 거리가 보통 볼보다 덜 나간다. 그래서 연습장에서 아이언 거리를 측정하면 안 된다. 원래 거리의 10% 정도 짧게 날아간다. 또 분실구는 딤플이 닳아서 스핀이 잘 먹지 않기 때문에 훅·슬라이스도 줄어들고 탄도도 낮아진다. 물론 거리도 줄어든다.
우리가 흔히 듣는 이야기 중에 “연습장에서는 빨래줄 같은 드라이브 샷을 쳤는데 필드에만 나오면 왜 슬라이스가 자주 나는지 모르겠다”는 말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 그래서 필자는 카트 패스에 맞아 상처가 났거나 오래된 낡은 볼들을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연습장에 갈 때 가지고 가서, 마지막 5분 동안 마무리 연습 때 쓴다.
연습장의 아이언용 매트는 필드의 잔디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상태도 좋기 때문에 약간 뒤땅을 쳐도 아무 문제가 없고, 오히려 살짝 뒤땅을 쳐야 정타로 맞는다. 그래서 연습장에서는 아이언이 기가 막히게 맞았는 데 필드에서는 자꾸 뒤땅이 난다는 불평이 나온다. 이를 방지하려면 연습장에서 볼 뒤쪽 10∼15㎝ 지점에 동전을 내려놓고 샷을 하면 된다.
정상적인 아이언 샷에서는 동전을 건드릴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동전을 건드릴 정도로 심한 뒤땅을 쳐도 연습장에서는 훌륭한 샷으로 둔갑을 한다. 연습장에서는 약간 토핑성으로 맞는 볼이 필드에서는 정타로 맞는 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