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밸리(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기업 연구소가 1000개를 넘었다. 또 이 지역 종사자 열 명 가운데 두 명은 석·박사급 인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G밸리가 첨단산업 연구개발(R&D)의 새 메카로 떠올랐다.
4일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G밸리 내 기업연구소는 1049개로 1000개를 돌파했다. 기업체 수가 총 9622개인 것을 고려할 때 10개 기업 가운데 한 곳은 자체 연구소를 둔 셈이다. LG전자가 3개의 연구소(MC·DA·R&D캠퍼스)를 운영 중이며 엠텍비젼·디지털존 등 다수의 중소기업 연구소도 이곳에 있다.
G밸리 종사자의 학력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 전체 종업원 수 12만3228명 가운데 80%인 9만8580명이 대졸 이상의 학력이다. 특히 22%에 이르는 2만7110명이 석·박사급 인력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에만 누리텔레콤과 티브이로직·엠씨넥스·고영테크놀러지·푸른기술 5개 기업이 지식경제부에서 지정하는 ‘우수제조기술연구센터(ATC)’로 선정됐다. 과거 제조업 생산기지였던 구로공단이 R&D 중심지로 변모했다.
G밸리는 1000개가 넘는 기업연구소 이외에 다양한 산업기술 지원기관이 근거리에 밀집한 것도 장점이다. 1단지에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2, 3단지에는 각각 한국세라믹기술원과 생활환경시험원이 자리잡아 기업들의 시험인증과 기술 개발을 근접 지원한다. 한국품질재단과 표준협회·벤처기업협회·정보기술연구원·서울중소기업디자인지원센터 등도 단지에 들어와 있다. 산업기술대와 KAIST 전자부품재료설계인력교육센터(EMDEC), 부천대 공동연구지원센터 등 대학도 기업체와 산학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찬득 산단공 서울지역본부장은 “G밸리 업종도 IT와 지식서비스산업 위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업 간, 업체와 유관기관의 네트워크 구축, 협업이 확대되면 R&D 성과는 엄청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 벤처기업이 대거 입주한 G밸리는 대덕이나 상암·판교 등 기획된 집적지구와 달리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 R&D는 G밸리에서 진행하면서 생산기지를 지방이나 해외에 두는 기업이 많아지는 것도 최근 추세다. 남성·티브이로직·애리스테크·이오에스 등은 G밸리에서 헤드쿼터와 R&D를 진행하면서 해외·지방에 생산기지를 둔 대표적 기업이다. 벤처 중심의 R&D단지로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정책적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웅 제이컴정보 대표는 “단지 내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보니 기업 간 협력 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주변에 어떤 기업들이 있는지 잘 모르는 일이 많다”며 “연구 성과를 높이기 위해 기업·연구소 간 협력이 많아져야 하며 ‘마중물’이 될 수 있는 공동 연구사업 발굴 등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