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잘못쓰면 손목건강 `毒`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보내기 실력은 가히 세계최고 수준이다. 지난 1월 뉴욕에서 열린 문자 빨리 보내기 월드컵에서는 한국의 청소년들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문자메시지를 보내는데도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휴대전화에서 숫자와 문자 자판이 사라지고 터치스크린 비중이 높아지면서 엄지족이 지고 검지족이 뜨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런 스마트폰이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으면서 이로 인한 부작용도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스마트폰이 ‘손목터널증후군’ 일으킬 수도=직장인 이중원(39.가명)씨는 최근 병원에서 ‘손목터널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고 있다.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온종일 써야 하는 직업 때문이기도 하지만, 휴대전화를 너무 많이 이용한 탓도 크다는 게 주치의의 설명이었다.

이씨는 ”매일 아침 버스와 지하철로 출퇴근을 할 때 스마트폰을 이용해 DMB시청은 물론 게임을 즐기고 있다“면서 ”원래 게임을 좋아하는데다 왕복 출퇴근에 걸리는 약 3시간여 동안 스마트폰 게임이나 휴대전화 사용에 너무 집중한 게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치의는 ”이씨는 현재 장시간 검지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검지뿐만 아니라 손바닥 전체에 심한 통증이 발생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씨처럼 검지를 자주 반복적으로 과도하게 사용하다 보면 검지에 무감각과 고통이 생기면서 손목터널증후군이 유발될 수 있다. 손목 터널 증후군은 팔에서 손으로 가는 신경이 손목의 인대에 눌려 손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질환으로 손가락 중 특히 2, 3, 4번째 손가락에 주로 통증이나 이상감각을 일으키게 된다. 30~60대에서 주로 발생하고, 여성이 남성보다 5배가량 더 잘 걸린다. 이 질환은 어느 순간 힘이 쭉 빠져 손잡이, 펜 등을 잡을 때 손이 저리는 증상이 대표적인데, 그냥 놔두면 손바닥이 찌릿하고 심한 통증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원래 설거지 등으로 손목과 손을 많이 쓰는 주부들에게 잦은 이 질환이 요즘 젊은 층과 중장년층의 남성들에게 늘고 있는 이유로 과도한 컴퓨터와 휴대전화 사용을 꼽는다.

특히 최근 유행하는 스마트폰이 이 같은 문제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은 키패드 간의 경계가 없어 오타율이 높은데, 손이 큰 사람은 한꺼번에 두세 개의 버튼을 누르기 일쑤이다 보니 다른 버튼을 누르지 않으려고 손가락을 곧추세워서 손끝으로만 터치하려는 과정에서 일반 휴대전화에 비해 손가락과 손목 관절에 주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연세사랑병원 어깨ㆍ상지관절센터 성창훈 원장은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게 되면 검지의 무감각과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며, ”젊은 층의 경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40대 이후의 중년층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작업을 멈추고 쉬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스트레칭으로 손목 근육 풀어줘야=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려면 평소 손목을 보호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이 질환은 손목 터널이 압박을 받아서 증상이 나타나는 만큼 손목이 구부려진 상태로 장시간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손목을 뒤로 젖히지도 말고 똑바로 편 자세를 유지하는 게 좋다.

휴대전화의 경우 종류를 떠나 손목에 무리가 갈 정도로 과도하게 사용하지 말고,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도 의식적으로 가볍게 쥐는 것이 좋다. 또한, 가급적 한 손가락의 편중된 사용을 자제하고 책상 같은 바닥에 휴대전화를 올려놓고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또한, 컴퓨터 작업을 할 경우에는 올바른 키보드 사용이 중요하다. 손목과 키보드의 높이를 비슷하게 맞춰 손목에 각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마우스를 장시간 사용해야 하는 경우 오른손만 사용하지 말고, 컴퓨터의 설정을 바꿔 왼손도 함께 쓸 수 있도록 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 손목 돌리기나 털기, 깍지 끼고 앞으로 뻣기 등의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다. 만약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컴퓨터 사용 중 손이 저리거나 통증이 생기면 일단 일을 중단하고 따뜻한 물에 손을 담가 5∼10분 정도 쥐었다 펴주기를 반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현대유비스병원 김기봉 소장은 ”손이 저리는 증상을 방치하면 신경막 조직이 변성돼 손가락 감각이 무뎌지기 쉽다“면서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손목 보호대를 약 1-2주 정도 고정시켜 착용하거나 소염제 등을 복용해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