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휴대폰 국내 상륙 2년···판매 부진 왜?

림·노키아·소니에릭슨 등 외산 휴대폰이 국내에 상륙한지 2년이 지났다. 판매는 부진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키아는 지난해 12월 강우춘 전 사장이 사임한 이후 아직 새 지사장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림의 블랙베리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3000만대 이상 팔려나갔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의 블랙베리 판매량은 약 2만 5000대. 지난해 한국 스마트폰 시장 규모 60만대와 비교하면 채 5%가 안되는 초라한 성적이다. 글로벌 휴대폰 업체들이 한국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한국 시장 매력이 없다?=백상진 HTC 마케팅 부장은 “한국이나 일본처럼 이동통신사의 요구가 심한 나라가 없다”며 “동남아나 중국은 모바일 오픈마켓이 활성화돼있어서 제조사들이 마음껏 비즈니스할 수 있지만 한국은 일단 와이파이 문제가 걸리고 이통사에 제품선택을 받지 못하면 시장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통사 권한이 꽤 강한 유럽에도 오픈마켓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통사들은 오히려 외산 휴대폰업체들의 소극적 마케팅이 부진의 이유라고 지적했다.

SKT 관계자는 “올해 1월 SKT에서도 선언했듯 다양한 글로벌 밴더들의 단말을 들여와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SKT의 목표”라며 “외산 업체들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거나 AS 및 유통망을 확충하려는 의지나 노력 없이 이통사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계는 있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외산 휴대폰업체들은 글로벌 밴더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 소비자들에게 비슷한 만족도를 줘야 하므로 자국을 제외한 특정 국가에 특별히 더 투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노키아 관계자는 “노키아는 전국 50군데의 AS센터를 갖추고 휴대폰은 마산 생산법인에서 직접 하고 있다”며 “자국 브랜드가 아닌 점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 시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부단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상진 HTC부장은 “HTC는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될 것을 대비해 국내 인력을 충원 중”이라며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최신 단말을 들여오고 싶어도 결정권이 없어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윤정호 로아그룹 연구원은 “유수 글로벌 업체들, 특히 노키아는 유럽이나 북미 등 안정된 시장이 따로 있어서 굳이 한국 이통사에게 굴욕적으로 휴대폰 물량을 받아달라고 해야할 필요를 못 느낄 수 있다”며 “그러나 외산업체가 계속 부진하면 한국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권이 박탈되기 때문에 이통사·외산업체 간의 조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