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내 방송사업자라면 누구든 한국 안방에 올림픽, 월드컵 등 여러 운동경기 실황을 담은 방송 프로그램을 ‘위성’을 이용해 직접 중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위성 통신을 이용한다면 드라마·오락 프로그램도 중계할 수 있으나, 이는 경제적 측면에서 실효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의 특정 방송사업자가 한국에 전파를 송출하면, 시청자도 위성 통신 수신용 안테나를 이용해 개인적으로 방송전파를 받아볼 수 있어 시선을 모았다.
7일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타결안에 따르면 EU 회원국 내 주요 방송사가 ‘위성으로 중계하는 경우’에 한해 자유롭게 한국에 방송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외국인이나 외국 정부가 방송 프로그램을 포함한 기간통신업무(역무)를 한국에 공급하려면, 대통령령에 따라 반드시 한국 내 통신사업자와 협정·계약을 체결한 뒤 방송통신위원회 승인을 얻어야 했으나 한·EU FTA가 비준될 경우 ‘방송사 간 프로그램 위성 중계’에 한해 제한 없이 전파를 송출(공급)할 수 있다. 방통위 승인을 받지 않은 채 EU 회원국의 방송 전파를 위성으로 한국에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국제개인휴대통신(GMPCS)과 해상위성통신을 포함한 한국의 위성 통신서비스 가운데 ‘연간 방송사 간 위성 중계 매출 규모’가 3%에 불과하나 최근 불거진 특정 방송사의 올림픽·월드컵 단독 중계를 우회할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을 개연성이 엿보여 시선을 모았다. 해저 케이블과 일반 인터넷 등 유선 방송중계수단이 발달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성 중계의 실효성이 떨어진 상황이나 ‘SBS의 독점 중계권을 우회할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전기통신사업법(제59조)과 시행령(제56조) ‘국제전기통신업무에 관한 승인’의 개정을 예상하게 했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는 한·EU FTA 최종 타결안에 따른 ‘방송통신 서비스의 국경 간 공급 제한 규정’을 풀어내기 위한 국내 규제개선작업을 시작했다.
‘방송사업자 간 위성중계’에 한정해 방송통신 서비스의 국경 간 공급 제한 규정을 묶어놓았으되, 앞으로 국가 간 통상협상에 따라 기간통신사업영역(역무)로 개방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 관계자도 이 같은 발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FTA가 한·EU FTA에 앞서 비준될 경우에는 ‘최혜국 적용’ 원칙에 따라 미국의 방송 프로그램도 한국에 제한 없이 송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며 “결국 한국 방송사업자의 (방송중계) 선택권이 넓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