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도 요로케 잘 보일랑가?”
“연예인들한테는 안좋건구만. 점 하나까지 다 보여븐께 말이여∼허허.”
전라남도 저 땅끝 강진에 한바탕 잔치가 벌어졌다. 디지털전환 시청자지원센터 개소식과 주민설명회가 열린 5일 11시, 강진 곳곳에서 450여 명의 주민들이 강진문화회관으로 몰려들었다. 아날로그 방송과 디지털 방송을 차이를 눈으로 목격하고 나니, 디지털 방송을 봐야겠다며 주민들은 더욱 신이 났다.
이 날 행사는 디지털전환 시범사업과 시청자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강진은 디지털 전환 시범사업지역 중 하나로, 올 10월 6일 아날로그 지상파방송이 종료된다. 아무런 준비 없이 아날로그 TV만 갖고 방송을 보고 있었다가는 10월 6일부터 방송이 나오지 않게 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다시 말해 모든 4만 800여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10월 6일 이전까지 디지털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시범사업이 갖는 의미는 크다. 강진만 해도 디지털전환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노인이 대다수다. 인구는 4만 800명에 그치지만, 면적은 서울에 버금갈 만큼 넓은 곳이 강진이다. 게다가 전체 인구 중 26%에 달하는 1만 760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남도 답사 1번지로 불릴만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지만, 디지털TV 보급률이 11%에 그치는 등 디지털 세상의 아름다움은 느끼기 힘든 지역이다.
이들에게 TV방송은 유일하다시피한 문화생활 도구다. 아날로그 TV신호가 지극히 약해 잡음과 왜곡현상이 심한 지역이지만, 지상파 방송 직접 수신 가구도 많다.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고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는 전체 가구의 24% 가량인 4400여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TV를 깨끗하게 볼 수 있다는 방송을 듣고 찾아왔다는 김양태(83)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디지털방송을 보고 “눈이 훤해진것 같다”는 김 할아버지는 “시골에서 볼 것이라고는 TV 밖에 없는데 침침한 눈에도 잘보여서 좋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주민들에게 시청자지원센터 직원 11명은 직접 찾아가 주민들의 디지털방송 시청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시청자지원센터 직원들은 어떻게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주고 신호 방향을 잡아 안테나를 바로 설치해 주기도 해야 한다.
이현승 강진 디지털전환 시청자지원센터장은 “이제 지역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안테나도 바로 설치해 주고 디지털 컨버터 신청도 받을 예정”이라며 “10월 6일 이전까지 주민들이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도록 발로 뛰겠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