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올해 말 우주로 향할 아리랑5호(다목적실용위성5호)의 궤도환경시험을 앞둔 연구원들의 손놀림이 흡사 ‘장인(匠人)’을 연상케 한다. 열진공 시험을 위해 280개의 실처럼 가느다란 온도센서에 일일이 용접센서를 붙이는 작업이 한창이다. 옆 실험실에는 내년 말 발사 예정인 아리랑3호가 조립이 시작된 지 3개월이 지나 제법 위성의 형상을 갖췄다. 위성 본체의 설계, 제작, 조립, 시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우리가 맡았다. 선진국에 비해 우주개발의 역사가 최소 40∼50년은 뒤진 우리나라가 불과 15년 여만에 선진국을 긴장시킬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선 것이다.
◇위성본체, 기술자립도 80%=2010년은 우리나라가 ‘2016년 인공위성 개발 기술 자립화’라는 목표에 성큼 다가서는 한 해다. 그동안 선진국을 ‘추격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온 노력이 어느 해보다 풍성하게 결실을 맺기 때문이다. 아리랑3호는 탑재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술 자립화를 달성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발사체가 제작된 아리랑5호도 국내에서 설계와 각종 환경시험을 수행했다.
위성의 열진공시험을 수행하는 ‘대형열진공챔버’는 지난 2006년 항우연과 국내업체 SFA가 2년 이상의 준비 기간 끝에 국산화에 성공, 현재 수출까지 추진 중이다. 특히 이달 세부 계획이 나오는 대로 개발에 들어갈 한국형발사체(KSLV-II)는 항우연에서 이미 75톤급 엔진 연소를 위한 실험에 들어가는 등 위성 발사체 기술 자립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우주선진국 도약 멀지 않아=이주진 항우연 원장은 “여전히 광학 기술 등 위성 탑재체에 필요한 원천 기술은 유럽 등 선진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위성 본체의 기술 자립도는 80%에 이른다”며 “이처럼 단시일내 추격이 가능했던 것은 두뇌가 명석하고 손재주가 뛰어난 우리나라 국민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내년까지 통신해양기상위성(8분 간격 기상 관측), 아리랑5호(전천후 관측 영상 레이더 탑재), 아리랑3호(해상도 70㎝급 광학카메라 탑재), 아리랑3A호(적외선 탑재체 추가) 등이 순차적으로 발사되면 우주 선진국 도약은 물론 국내 인공위성의 고차원적 활용이 기대된다.
정확한 기상 관측은 물론 점점 빈번해지는 지진 등 자연재해 극복에도 우리나라가 제공하는 고품질 위성정보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항우연 위성 운용실 임효숙 박사는 “전세계적으로 해상도 1m급의 위성 영상을 고해상도로 인정하기 때문에 상업용 위성 영상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며 “이미 지난 3년간 위성영상 판매로 22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대전=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