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 해외 자원개발의 르네상스 시대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페루 페트로테크,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 카자흐스탄 숨베를 인수하고 이라크 쥬바이르 광구를 확보하는 등 어느 해보다 풍성한 수확을 거둔 자원 업계가 올해는 이보다 훨씬 큰 투자 보따리를 풀어놓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기업과 민간기업을 모두 합해 총 67억3000만달러를 해외 자원개발에 투자한 국내 업계는 올해 이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122억달러(약 14조원)를 투자한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 등 공기업이 지난해보다 27억달러나 늘어난 83억달러를 투자해 매물 시장에 나온 대형 에너지 기업이나 광구를 사들일 작정이다. SK에너지·LG상사·대우인터내셔널 등 민간기업들도 지난해보다 4배나 늘어난 39억달러를 집중 쏟아붓기로 했다. 바야흐로 ‘해외 자원개발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한국석유공사=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까지 17개국에서 모두 48개 유전개발사업을 추진해 매장량 8억8000배럴과 일일 생산량 12만7000배럴을 확보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2012년까지 메이저 에너지기업과 자생력 확보의 기준이 되는 일일 생산량 30만배럴을 달성하겠다는 단기목표를 설정하고 올해 여기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석유공사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불리기에 나섰다. 지난해 2월 페루 페트로테크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10월 캐나다 하베스트, 12월 카자흐스탄 숨베까지 지난해에만 3개의 대형 인수계약을 성사시켰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산가격이 하락한 2009년이 M&A를 위한 최적기라는 판단 아래 신속히 이뤄진 것으로 중국·인도 등 주요국 국영석유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규모의 매장량과 생산량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석유공사는 대형화 전략을 2012년까지 조기에 마무리 짓기로 하고 생산광구 매입과 대형 M&A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또 2015년까지 투자환경이 양호하고 개발 잠재력이 높은 중동,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남미·호주·러시아·서아프리카를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특히 국가 인프라 건설과 석유개발 사업을 연계한 패키지형 석유개발 사업인 이라크 쿠르드 광구 사업에서 추가 매장량을 확보하기 위해 이라크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석유공사는 오일샌드·GTL·가스하이드레이트 등 대체원유 프로젝트를 개발해 2018년 일일 생산량 50만배럴을 달성, 세계 30위권 글로벌 석유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장기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한국가스공사=한국가스공사는 현재 1% 수준인 천연가스 자주개발률을 2017년까지 25%(850만톤)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조직 구조부터 뜯어고쳤다.
과거 기획, 지원 위주의 조직 구성을 자원개발→도입→생산→공급으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별 핵심사업 위주로 바꾸고 러시아 가스사업단을 신설해 이 지역 가스도입사업을 적극 지원한 것이다. 지난달 채용한 신규인력 100명 가운데 자원분야 인력이 40명에 달할 정도로 가스공사의 해외 자원개발 목표는 확고하다.
가스공사는 지난해까지 모잠비크·우즈베키스탄·동티모르·인도네시아 등에서 5개의 탐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광구와 미얀마 광구에서 2억톤에 달하는 가스 채굴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미 가스를 생산하고 있는 오만과 카타르 LNG사업에서는 지난해까지 6억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고 이제 막 생산을 시작한 예멘 광구에서는 향후 30여년간 11억달러의 수익이 기대되고 있다.
가스공사가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가스를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지역은 러시아다. 2008년 9월 러시아 가즈프롬과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2017년부터 연간 750만톤의 천연가스를 도입하기로 하고 도입노선은 향후 공동연구를 통해 확정하기로 했다. 이밖에 러시아 극동배관망 건설사업과 블라디보스톡 도시가스사업 참여도 추진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기존 가스자원이 고갈될 것에 대비해 호주·몽골·사우디 등과 석탄층 가스인 CBM(Coal Bed Methane), CSG(Coal Seam Gas) 개발에 협력하기로 하는 등 장기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는 올해 전략광종 등 광물자원의 안정 공급을 최우선 목표로 정하고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우라늄·니켈·아연·구리 등 6대 전략광종의 자주개발률을 지난해보다 2% 늘어난 27%까지 높이기로 하고 해외사업에만 3500억원을 직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광물공사가 내세우는 전략은 ‘2+2+α’다. 앞의 2는 아프리카와 남미, 뒤의 2는 구리와 우라늄을 의미하며 α는 틈새시장을 뜻한다. 다시 말해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구리와 우라늄을 적극 확보하는 한편 몽골·인도네시아·카자흐스탄 등 인접 국가에서 리튬 등 미래성장 광종을 확보함으로써 공사의 광물자원 확보 역량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광물공사는 또 희소금속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크로뮴·몰리브덴·안티모니·타이타늄 등 수입의존도가 높은 8광종 1679톤을 비축해 올 연말까지 관련 국내 수요량 8.1일분을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볼리비아와 체결한 양해각서를 바탕으로 우유니 리튬광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를 추진해 리튬광 확보하는 등 수급이 불안한 리튬·희토류 등 6광종에 대해 직접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밖에 기존에 투자했던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과 호주 물라벤, 나라브리 유연탄광의 안정적 생산을 이어갈 방침이다.
◇SK에너지=국내 최대 정유사 가운데 하나인 SK에너지는 30여년전부터 해외 자원개발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이 분야 공략에 집중해왔다. 선대 회장인 최종현 당시 선경그룹 회장이 석유파동에서 얻은 교훈을 토대로 1982년 자원기획실을 설치하고 석유개발 사업을 첫 프로젝트로 발표한 것이 시초다.
해외 자원개발 의지를 이어받은 최태원 회장은 2004년 석유개발사업부를 해외 자원개발사업을 총괄하는 R&I(Resources&International) 부문으로 승격하고 본격 투자를 시작했다.
이러한 투자를 바탕으로 SK에너지는 현재 16개국 33개 광구에서 자원개발을 하고 있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04년 10개국 15개 광구에서 시작해 2006년 카자흐스탄, 2007년 베트남, 2008년 콜롬비아 등의 광구를 더하면서 활동범위를 더욱 넓히고 있다.
페루·브라질·베트남 등에서 우리나라 전체가 8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5억2000만배럴의 지분을 확보해 일일 4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SK에너지는 페루·브라질·베트남·카자흐스탄 및 카스피해 연안국·북해 지역 등을 핵심개발지역으로 삼고 이 지역 공략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올해 생산능력을 일일 6만배럴까지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LG상사=LG상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제적 잠재력이 큰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해당국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컨트리마케팅을 통한 신흥시장 개척에 집중한다. LG상사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오만·투르크메니스탄 등에서 컨트리마케팅 성과를 거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해 2월부터 MPP 유연탄광에서 연간 200만톤 규모로 상업생산을 시작했으며 역시 같은 달 오만 최초의 해상유전인 웨스트부카 유전에서 일일 1만배럴 규모로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12월에 14억8000만달러 규모의 현지 최대규모 가스처리 플랜트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LG상사는 올해도 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지의 신흥 자원부국을 중심으로 컨트리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해 활발한 성과를 보인 광산 및 유전에서 안정적 생산을 지속하는 한편 중국 완투고 유연탄광 등에서 신규 상업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에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팜농장 사업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바이오디젤·바이오매스 발전사업 등 연관분야로 진출할 방침이다. 이밖에 올해부터 연간 50만톤 규모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등 청정개발체제(CDM) 사업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대우인터내셔널=대우인터내셔널은 90년대 초반부터 시작해 올해로 벌써 20년 가까운 해외 자원개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진출 초기에는 프로젝트 지분 참여 수준이었으나 2000년대 이후부터는 50%가 넘는 지분을 획득, 실제 운영권자 지위를 확보하면서 자원개발 노하우까지 축적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현재 페루와 오만·베트남 등 3곳에서 석유 및 가스를 상업생산 중이다. 이 가운데 오만 KOLNG 광구에서는 연간 370만톤의 LNG를 생산해 한해 평균 16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에서 가스공사와 함께 매장량이 최대 7조7000만입방피트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스전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이곳 지분 51%를 보유해 운영권자 지위와 함께 30년간 일일 5억입방피트의 가스를 생산할 예정이다.
또 지난 2008년 100% 지분을 확보한 우즈베키스탄 2개 광구에 대해 향후 5년간의 탐사기간 동안 석유 및 천연가스 광구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밖에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을 비롯해 볼리비아 꼬로꼬로 동 광산, 호주 화이트클리프 니켈 광산과 마리 우라늄 광산, 캐나다 키가빅 우라늄 광산 개발 및 탐사에도 나서고 있어 향후 실제 생산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대우조선해양=조선·해양 전문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은 조선 시황이 어려워지면서 일찌감치 해외 자원개발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05년 컨소시엄 형태로 30억배럴에 달하는 매장량을 가진 나이지리아 2개 광구 개발에 참여하면서 첫 성과를 거뒀다. 나이지리아 측이 계약 무효를 주장하며 잠시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지난해 8월 나이지리아 법원이 한국 컨소시엄의 손을 들어줘 현재 탐사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해외 자원개발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조선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2007년 10월 대우조선해양 E&R(Energy and Resource)을 설립했다.
대우조선해양 E&R은 2008년 27억배럴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카자흐스탄 잠빌 해상광구 지분 27%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또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최대 유전 가운데 하나인 CEPU 광구 개발에도 참여, 해외 자원개발 전문기업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개발 광구를 가지고 있는 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카자흐스탄 등 해당 국가들에 대한 컨트리 마케팅을 강화하고 여기에 해양플랜트 사업을 결합,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삼성물산=지난 1997년 오만 LNG 생산을 시작으로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삼성물산은 지금까지 모두 3곳에서 석유를 시추하고 있으며 5개의 탐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삼성은 석유공사 및 가스공사와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석유공사와 함께 매장량 6500만배럴에 달하는 멕시코만 해상광구를 매입해 하루 1만8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1997년부터 참여했던 중국 마황산 서광구 역시 석유공사 및 현지 회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직접 탐사 및 개발작업을 주도했다. 마황산 서광구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상업생산이 시작됐다. 또 가스공사와 협력해 1997년 오만 LNG, 2000년 카타르 LNG 생산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밖에 알제리 이사우안 유전에서 지난 98년부터 원유를 시추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예멘·카자흐스탄·동티모르·멕시코만 등에서 총 5건의 탐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자원개발사업을 핵심 중점사업으로 선정해 지속 육성하기로 하고 에너지 및 자원의 안정적 공급에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